누가 제사상에 컵라면 올리냐, 너는 멜론 있으면서 왜 유투브로 노래 틀어서 광고가 나오냐고. 어느덧 5주기, 다섯 번째 제사를 모시면서도 매번 엉망진창인 모습에 우리 넷은 배를 잡고 웃었다. 동생은 익숙하게 임영웅 씨가 부른 ‘바램’과 이어서 SG워너비 ‘내 사람’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았다. 나는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 엄마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세팅해두었다. 제사 때나 듣는 임영웅 씨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보온병에 싸온 뜨거운 물을 신라면에 부어 휘휘 저었다. 신라면 작은 컵. 만인이 사랑하는 육개장도 있는데 엄만 항상 이것만 먹었다(큰 사발은 튀김우동) 처음 먹었던 라면이 신라면이라서 얘만 먹는다고 했었는데. 그렇게 우리 엄마는 참 고지식했다. 과일도 사과, 배만 먹었고 포도도 머루 포도만 좋아했던 위인이신데… 뭐 하여간에. 고리타분한 김여사 제사상에 컵라면이 올라온 연유는 말이지.
5년 전 어느 날이었다. 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시작된 항암치료였지만 폭격엔 속수무책이었다. 수술 후에도 기존 체격을 유지하던 엄마의 살은 순식간에 말라갔고 뼈와 근육은 건물이 무너지듯 우수수 흐트러졌다. 하루하루 말라가는 엄마, 엄마를 보며 입이 마르는 나. 우린 폭격이 만든 건조함에 모래처럼 부서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응급실에 가게 됐다. 코로나로 보호자 출입조차 어려워 간이 키트 검사 끝에 들어간 응급실에서 우린 다시 마른 웃음을 지으며 맹세와 같은 말을 읊조렸다. 괜찮아. 절대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말했다. 그렇고 그렇게 말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니까.
코로나로 모든 응급실 베드는 커튼으로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다행히 별 이상이 없던 엄마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 간의 의자에 앉아있는 나. 어느새 익숙해진 그 모습은 기묘하게 평화로웠다. 서로 곁에 있었으니까.
“배고파” 천장에 그려진 갈매기 같은 모양을 마냥 바라보던 엄마가 말했다. 나는 엄마처럼 천장을 올려다봤다. “먹고 싶은 거 있어?” 의미 없는 질문과 함께 목 뒤를 긁었다. 편의점에서 과일이라도 사와야 겠다, 응급실 나갔다 오면 키트 해야하나 싶은 생각으로 머리를 채울 때 쯤 엄마가 엉뚱한 소리를 했다. “얼큰한 거 먹고 싶어. 컵라면이나 그런 거.” 순간 나는 천장을 다시 올려다봤다. 엄마 뭘 봤길래 그런 소리를 해.
목 뒤가 아니라 뒷머리를 긁기 시작한 나는 얼마 안 되는 짱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일단 알았어. 큰 소리를 치고 응급실 데스크에 잠깐만 나갔다 오겠다며 사정한 뒤, 편의점으로 향했다. 컵라면을 들고 들어갔다가 쫓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채우고 있었다.
편의점에 도착하자마자 물과 신라면을 골랐다. 튀김우동 살까 하다가 얼큰한 걸 드셔야겠다는 마마님 말씀이 떠올랐다. 촌스럽게 신라면이 뭐냐. 나는 혼자 중얼대면서 신라면에 물을 부었다. 라면이 익는 동안 가방에 있던 텀블러에 물을 모두 버렸다. 젓가락을 뜯어 면을 조금 넣고 국물은 몽창 텀블러에 부었다. 나중에 설거지 쉣이겠네. 엄마의 반응을 기대하며 텀블러 뚜껑을 닫고 조용히 응급실로 돌아갔다.
응급실 안 쪽 엄마가 있는 곳 커튼을 살짝 걷었다. 엄마가 내 손을 살펴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킥킥 웃었다. “엄마 이거 먹어” 텀블러를 꺼내 엄마에게 건네자 뭔 소리냐며 텀블러를 받아들었다. 마스크를 내린 내가 장난스럽게 킥킥거리며 젓가락을 내밀자 이해가 안 된단 표정으로 젓가락과 텀블러를 번갈아 보던 엄마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는 웃고만 있는 날 보며 텀블러를 돌려 열었고 그제서야 라면 냄새를 맡고 나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국물을 후후 불어 마시며 어깨를 움츠리며 웃던 엄마의 표정은 내 기억 속에 남은 마지막 엄마의 웃음이기도 하다.
가만히 있어도 멘탈이 갈갈갈 되는 하루지만 신라면을 보며 버텼다. 임영웅-SG워너비-임영웅으로 이어지는 엄마의 페이버릿- 플리가 끝나고 슬슬 제사상을 치워냈다. 제사상에 올렸던 불어터진 신라면은 나와 나의 딸이 나눠 먹었다. 엄마와 나눠먹던 라면을 엄마가 되어 나눠먹는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저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라면이 맵지나 않을까 걱정만 했다. 엄마가 응급실에 따라 온 나만 걱정했던 것처럼 말이다.
응급실에서 라면을 먹던 엄마에게 물었다. “근데 엄마 신라면 보다 참깨라면이 맛있지 않아?” 엄마는 국물을 호호 불어먹으며 나를 보고 코를 찡긋거렸다. “난 이게 좋던데.” 그 말에 나도 똑같이 코를 찡긋거리고 대꾸는 하지 않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참 촌스러우셔.
아가에게 마지막 라면 가닥을 먹이며 젓가락을 치웠다. 코를 찡긋거리며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또 속으로 생각했다. 촌스러워 하튼. 좋겠다. 엄마는 쭉 한결 같을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