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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현진 Apr 29. 2022

너의 독립, 그리고 엄마의 독립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할게

현진이의 일기




엄마의 일기


태어나 처음으로 현진이는 엄마 아빠랑 떨어져 할머니 집에서 이틀을 지내게 되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 없이는 절대 안 된다더니, 잠깐새 얼마나 더 씩씩해진 건지 본인이 먼저 할머니 집에서 자고 올 수 있다고 말을 꺼낸 것이다.


아이 둘과 늘 복닥거리며 지내온 지 벌써 햇수로는 7년 차라, 한 명이라도 며칠 떨어져 있으면 반갑고 후련할 줄 알았다. 물론 그런 마음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걱정과 아쉬움이 이틀 내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던 건, 그래서 오랜만에 외동 놀이를 하게 된 둘째에게도 온전히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건, 오히려 내가 현진이로부터 독립할 준비가 안되어서일까. 아직은, 아직은.




자식의 독립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독립이라 믿고 있다. 나 자신보다 내 자식을 더욱 정성스럽고 소중하게 돌봐온 부모의 마음을, 마음에 늘 돌덩이처럼 내려앉은 자식에 대한 걱정을, 하늘로 풍선 날려버리듯 쉽사리 놓을 수 없단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언젠가 당연한 듯 쉽게 떠나려 할 테지만, 나는 과연 그들을 쉽게 보내줄 수 있을까. 나보다 더 사랑하는 내 아이가 이제는 더 이상 내 품에 안기지 않고 나의 도움을 원치 않을 때,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 또한 자식에게서 독립하는 것이야말로 수많은 육아의 난관 중 가장 힘겨운 난관이 아닐까. 피할 수도 없고 붙잡을 수도 없으며, 그 난관을 넘어서지 않으면 부모가 아이의 행복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드는, 자식으로부터의 독립. 건강한 성인이 된 모습에 뿌듯이야 하겠지만, 기쁨이나 후련함 아닌  미지의 감정들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벌써 앞선다.


나는 훗날 아이들을 주저 없이 놓아주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육아를 한다. 후회 없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껴주고 마음을 표현하고 대화하고 함께 웃는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더 잘 돌봐줄 텐데'같은 작은 미련없을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100만큼을 꽉 채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기어이 찾아올 독립의 그날, 그간 나의 육아에 아쉬움도 후회도 없이 웃으며 보내줄 준비를 매일 하는 중이다. 나보다 더 소중한, 분신과도 같았던 존재에서 더 이상 나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주체가 된 커다란 아이를 웃으며 보내줄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육아란 부모의 무수한 사랑으로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일이며, 최종적으로는 행복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것이 첫 아이를 임신한 순간부터 변치 않았던 내 육아의 최종 목표였다. 나를 게을러지지 않게 하는 목표 덕분에 더욱 열렬히 사랑하고 살피고 애쓰게 되었다.




현진이는 나에게 전화 한 번 하지 않고 이틀간 할아버지, 할머니와 신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엄마 생각이 조금 나긴 했지만 괜찮았다고 했다. 아들의 독립은 이미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더더욱 부지런히 아들과의 남은 시간 더 열심히 함께 해야겠다.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뽀뽀하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해줘야다. 먼 훗날 나 또한 에게서 독립한 이후 느껴지는 네 빈자리에 그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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