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로 키우는 두 아이 이야기3
엄마표 수학 이야기
딱 유진이만할 때의 현진이는 수학이 수월했다. 한글을 일찌감치 뗐고 수감이 좋아 딱히 어려움 없이 주는 문제집들을 술술 풀어댔다. 어떤 날은 거의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풀어내는 날도 있었다.
그래서 조금 욕심을 냈던 것 같다. 현진이가 원래 하던 것보다 확실히 어려운 수준의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풀게 했고, 정해진 양을 다 풀지 못하면 한시간도 넘는 시간을 꼼짝없이 책상에 앉아있어야 했다. 더러 울기도 했다.
어느날엔가는 문제집을 풀게 하고 유진이 낮잠을 재우러 들어갔는데, 나와보니 현진이가 어려운 페이지 한 장을 뚝딱 풀어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답만 달랑 써있고 푼 흔적이 없었다. 답안지를 봤다는 확신이 들었다. 현진이는 끝까지 잡아뗐다. 너를 믿겠지만, 혹시라도 거짓말로 인해 니 마음에 불편한 가시가 자라면 그 가시가 너를 계속 힘들게 할 수도 있단 말을 듣고서야 현진이는 답안지를 베꼈다는 자백을 했다.
아이를 혼내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욕심을 낸 탓에 아이가 버거워 불편한 마음을 무릅쓰고라도 이런 행동을 했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를 혼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바뀌었다. 아주 기본적인 그 날의 할 일만 다 하면 자유시간을 주는 것으로. 속도보다 공부정서를 확실히 챙기는 것으로.
어쩌면 극선행이었을 현진이의 수학은 아주,아주,아주 느릿느릿 진행되었다. 지금은 딱 1년 선행. 참으로 극단적이 아닐 수 없다. 현진이는 본인의 능력치에 비해 어렵지 않은 수학을 버겁지 않은 할당량만큼씩 하다 보니 공부정서만큼은 매우 좋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사실 이것 또한 잘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올해들어 깨닫기 시작했다. 공부가 언제까지고 마냥 즐거울 수는 없고, 잘하려면 때론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야함을 알려주기는 해야하니까.
2학년이 거의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현진이는 다시 수학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과하지 않은 선이지만 빠르고 확실하게. 아직 늦지는 않았다. 다시 욕심을 내 과속하지만 않는다면 이제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유진이만큼은 지금부터 중심을 잘 잡고 가려고 늘 다짐한다. 욕심내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공부정서만 신경쓰지 않는 방향으로. 현진이를 키우며 오갔던 양극단의 방향으로는 향하지 않기로. 역시나 수알못 엄마의 수학교육은 참 어렵고 공부할 것 투성이다.
그래도 실수에서 늘 배워가며 나만의 중심을 찾아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잘 하고 있는 것이라 믿으며. 우리 잘해보자 아가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