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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로 키우는 두 아이 이야기5

독서 이야기

by 은정현진

우리 가족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루틴 중 가장 오래된 것. 현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유진이가 태어나고도 쉬지 않았고, 그래서 밤이면 당연한 듯 두아이가 시작하는 일. 바로 책읽기다. 그냥 책읽기가 아니라 엄마아빠가 읽어주는 책 보기.

보통 30~40분 정도 책을 읽어주는데, 아이 둘을 각자 읽어주기 시작하고부터는 남편과 내가 매일 바꿔가며 아이들을 하나씩 맡는다. 하루는 현진이, 하루는 유진이. (회식 없고 퇴근 빠른 남편 덕에 이런 공평한 루틴이 가능하다.)

아직 한자리서 서너권씩 읽어도 30분이 채 안지나는 수준인 유진이는 보통 직접 골라오는 한글책 서너권 + 영어책 한두권을 읽어준다. 현진이는 초등학교를 가면서 책의 수준이 높아져 하루에 한 권을 읽는게 불가능해졌는데 그래서 본인이 나름 정한 규칙이 생겼다. 글을 재밌게 읽어주는 엄마랑은 문학, 설명을 잘해주는 아빠랑은 비문학. 두 권을 하루하루 번갈아가며 며칠씩 읽는게 괜찮을까 싶었는데, 현진이 본인은 이 시스템에 매우매우 만족하고 있다.

첫째의 나이가 벌써 아홉살. 혼자서도 이미 충분히 책을 많이 보는 아이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책을 읽어줄 것이냐 묻는다면... 아이가 거부할 때까지. 이제 혼자 볼테니 엄마아빠는 나가라고 할 때까지. 혼자이고 싶어하는 때가 되어도 책만은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읽어줄 것이고, 아주 나중에 공부에 치여 밤에 책읽는 30분도 아까운 때가 오더라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읽어줄 것이다.

아이와 살을 맞대고 앉아 엄마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같은 책을 보는 시간은 단순히 책을 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부모의 목소리에 사랑을 느끼고 안정을 느끼고, 같은 것을 보고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는 그 시간은 책을 매개로 우리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다. 화가 나는 일이 있던 하루의 끝에는, 힘들고 지치는 시간들을 지나 모든것이 저무는 밤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는 엄마아빠가 언제나 너를 안아줄거라는 준비된 위로의 자리이다. 단지 책을 읽는 시간만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밤이면 계속계속 책을 읽어줄 생각이다. (남편의 의사는 묻지 않았지만 동의할거라 믿고 그냥 한다 쭉 그래왔듯ㅎㅎㅎ) 어떤 책이든 늘 환영해 나의 아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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