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40도가 넘는 오후 2시의 타이베이
모조리 태워버릴 듯 쏘아대는 햇볕에
금방이라도 끓어버릴 것 같은 뜨거운 냄비에 들어가 있는 듯
여름 절정의 타이베이를 천천히 거닌다.
흐릿한 시야 하나 없이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 날씨를 탓하기에는 미안하다. 도시는 더위에 시끄러운 듯 차분하며, 불쾌한 듯 청량하다. 몇 점의 구름은 시멘트 도로 위로 끓어 오른 수증기 바람을 타고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고, 가로수 고목들은 이 정도 날씨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수많은 초록 이파리를 나풀거리며 웃는다. 살짝 구워져 거무스름해진 사람들이 조용히 더위를 몰아쉬며, 느릿하게 건널목을 건넌다.
좁을 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테이크아웃 카페가 나온다. 마주 보고 있는 높다란 건물벽 덕분에 그늘에 드리워져 있다. 골목을 지나다니는 바람은 그곳에 잠시 멈추고 그늘에 열기를 식혀 찬바람을 만들어낸다. 얼음이 잔뜩 들어가 차가운 우롱차 한잔을 건네어받는다. 금세 종이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손가락 위로 흘러내린다. 컵을 잠시 이마에 대고 열을 식힌 후, 곧이어 차 한 모금 입안에 넣고 삼킨다. 쌉쌀하고 아리한 맛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동시에 등줄기에 흘러내린 뜨거운 땀도 서늘해진다.
더위를 한숨 돌리고 등을 돌려 대로변으로 나오니,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레에 한가득 양우산을 실어 파는 아주머니,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손등으로 볕을 가리는 외국인들에게 양산 한번 보라며 손짓한다.
가로수 바닥 흙을 뒤집고 있던 청년은 잠깐 건물 계단에 앉아 물을 홀짝이며, 텅 빈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한다. 하얀 러닝셔츠는 땀으로 다 젖었고, 머리카락도 방금 물을 뒤집어쓰고 나온 듯 흥건하지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묵묵히 일하고, 느릿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경적 같은 건 울릴 줄 모르는 자동차와 빠르지만 급하지 않은 오토바이 무리들, 타이베이의 여름이 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