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근처에는 여러 종류의 정원수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많은 편이다. 하루는 시내를 나가기 위해 경비초소를 지나는 길이었다. 전날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까. 은행나무 밑에 잔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위를 보니 까치들이 부지런히 둥지를 만들고 있었다. 봄이구나. 새들은 봄이면 그들의 가정을 꾸리기 위해, 새 생명의 보금자리를 위해 날갯짓이 바빠진다.
우리에게도 '집'은 중요한 공간이다. 돌아갈 곳. 편히 쉴 수 있는 곳. 무엇보다 나의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감사한 공간이다. 우리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삶 일부분을 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돈을 모으고 환경에 맞게 집을 마련한다. 물론 지금은 삶의 기준과 행복도가 다양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집'마련은 최우선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이사하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 내가 돌아갈 수 있는 집....
입퇴원을 반복하며 병원에서 보냈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 같은 공간, 같은 풍경을 무료하게 밖을 보다 매 한 마리가 빙빙 하늘을 돌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번에 봤던 새였다. 어떤 종류의 매였는지 모른다. 매는 빙빙 돌다 빌딩에 작은 창문 쪽 환풍기 사이로 들어갔다. 아마도 그곳이 집인가 보다. 봄철이면 어미 새는 자기 새끼를 키우기 위해 부지런히 둥지 자리를 탐색한다. 적당한 곳이라 생각되면 그 자리에 작은 나뭇가지, 부드러운 풀 또는 이끼와 털 등을 깔고 알을 낳는다. 어미 새가 알을 품을 때, 36°에서 37˚ 그리고 21일 정도 부화시키기 위해 거의 움직이지는 않는다. 수컷이 먹이를 갖다 주거나 아니면 번갈아 품어줘야 한다. 생명을 유지할 정도로만 먹고 21일을 품는다. 이때 비가 와도 비를 다 맞아야 하고 땡볕이 쬐어도 그대로 받아야 한다. 다행히 지붕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숲 속이 아닌 빌딩 사이 건물에서도.
그동안 쇠약해진 몸을 챙기기 위해 '산골짜기 둥지'를 찾았다. 작은 집 옆에 있는 단풍나무. 그리고 매달아 놓은 둥지 하나. 낡은 둥지는 꼭 나와 비슷한 신세처럼 보였다. 초봄에 낡은 둥지를 보수하려고 했는데 시일이 지나서 하지 못했다. 둥지가 낡아서 일까 새들이 보금자리를 틀지 않은 것 같다. 조용하다.
맨 처음부터 둥지를 만들어 줄 생각은 없었다. 어느 날 쌓아둔 하수구 통에 무언가 들락날락하는 관경을 보게 되었다. 통 속을 보니 작은 잎과 이끼 위에 새알이 보였다. 딱새가 통속에 둥지를 튼 것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에 그대로 두었다. 그다음 해도 찾아왔다. 딱새를 위해 안전하고 튼튼한 집을 제공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던 새집을 단풍나무에 걸어두었다. 정말 올까 기대를 하면서 봄을 기다렸다. 신기하게도 둥지를 틀었다. 그곳에서 같은 딱새의 자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해마다 찾아왔다. 단풍나무 아래에서 간혹 밥을 먹을 때면, 새는 한 2~3미터 작은 나뭇가지에 앉아 기다리다 조용히 들어간다. 나도 못 본 채 관심 없는 척한다. 그렇게 몇 년 같은 둥지에 딱새가 들어오고 나갔다.
처음 달아준 둥지는 이제 많이 낡았고 곧 망가질 것 같은 모습이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지 푸른곰팡이까지 끼기 시작했다. 둥지를 보수하던가 새로 만들던가 결정을 해야 했다.
첫째, 보수를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쪽 벽을 보수하다 보면 비틀어지고 못을 박다 보면 한쪽이 부서졌다. 그러다 보니 한쪽 벽이 사라지고 또 한쪽의 벽이 사라졌다. 마음 편하자고 산속을 찾아왔는데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부서진 둥지를 쌓아놓고 한참을 보다 '내가 이렇게 건축 실력이 없었나' 새삼 알게 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자자.
한숨 푹 자고 일어나 다시 자리에 앉아 부서져 있는 둥지를 쳐다봤다. 둥지를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전에 창고를 만들고 남은 자질구레한 나무로 집을 짓기로 했다. 면적과 높이와 벽을 생각하며 작은 집을 만들었다. 짝꿍과 함께 톱으로 자르고 재고 거듭하며 몇 개의 나사를 돌려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하늘색을 칠했다. 생각보다 예뻤다. 살쾡이 또는 그 외 짐승이 새끼를 잡아갈지 모르니 조금 높이 새집을 달았다.
새 둥지, 새로운 출발. 딱새,
새끼,
떠나는 새,
텅 빈 둥지,
그리고 봄
시끌시끌한 새끼들의 소리.
창문 밖. 얼기설기 하늘 향해 솟아있는 빌딩의 도시.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 그 빌딩 환풍기에서 매가 나와 어디론가 날아간다. 아마도 새끼에게 줄 먹이를 찾으러 가는 길인가 보다. 그 모습을 보며 나의 가족을 생각한다. 집이란 나의 둥지. 함께하며 웃음이 있는 나의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