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벚꽃이 질 무렵 산과 들은 화폭의 수채화. 그 자리 구석구석 봄빛에 생동감을 주는 야생화. 노란 민들레, 보라 제비꽃, 하얀 조팝꽃과 냉이꽃, 그 외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봄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냉이꽃이 피었다. 냉이는 보통 겨울의 기운을 받은 것을 캐어 찌개, 무침, 튀김 등 음식으로 먹으면서 초봄의 내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나물이다. 처음 이곳 '산골짜기 둥지'에서 몇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냉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친근하게도 바로 불을 지피는 곳과 음식을 먹는 테이블 근처로 조금씩 번지기 시작해 지금은 잘 밟지 않은 곳까지 냉이의 영역은 넓어졌다. 먹을 만큼 심고 먹을 만큼 걷어내기에 작물이 없는 빈 땅은 자연의 것으로 자연에서 주는 들꽃들이 자랐다.
그곳에 냉이꽃이 만발하다. 멀리서 보면 작고 하얀 꽃잎이 꼭 메밀꽃 같다. 냉이 꽃밭을 걸으면 냉이 향이 날 것 같지만 향이 나지 않는 게 조금은 서운하다. 만약 냉이 향이 난다면 어떨까. 배가 고파질까 아니면 엄마가 또는 사랑한 이들이 끓여준 냉잇국, 냉이된장찌개가 생각날까. 그 반대로 사랑했던 사람이 생각날까. 냉이꽃은 씨방이 하트 모양에 가깝다. 냉이의 부드러운 잎이 식탁으로 올라가고 어느 정도 더 성장하면 꽃대가 올라온다. 꽃대가 올라오면 식용으로는 먹을 수 없다. 꽃대가 길어지면서 꽃 밑으로 하트 모양의 씨방이 20~30개 정도 잎처럼 맺힌다.
오늘도 생각해본다. 씨방이 이렇게 많이 달린 이유가 있을까? 하트를 닮은 씨방이 무려 20~30개, 씨방에 사랑을 담은 씨들이 듬뿍 담아져 있다 생각하니 참으로 정겨운 냉이다.
봄바람이 부는 들판에 냉이꽃이 흔들릴 때마다 사랑타령이 달그락달그락하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