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 제비나비가 날아간다. 허공을 가르는 날개는 바람에 둘러싸여 휘청거리며 흔들거린다. 검은 긴 꼬리 제비나비는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일까.
그럴 것이다.
바람의 힘으로, 나비의 날개의 힘으로, 그 어떤 것이라도 그래도 가는 방향일 것이다. 바람으로 인해 조금 방향을 틀 수도 있겠다. 잠시 이탈할 수도 있겠다. 괜찮다. 바람이 있다면 조금 힘을 빼고 날아가도 좋겠다.
바람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느껴보자.
우리의 인생도 가끔 예상치 않게 바람과 부딪칠 때가 있다. 바람맞았어! 허탕 칠 때도 있겠지. 시간이 조금은 아깝게 느껴질 때, 시간은 금인데. 항상 내 마음같이 된다면 좋겠지만 이렇게 바람한테 맞을 때면 바람이 지나가는 데로 놔두어도 괜찮겠다. 한때는 시간을 쪼개며 산 적도 있었다. 24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잠을 줄이며 일을 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회오리 같은 바람에 휘청거렸다. 그로 인해 나의 손에 쥐어진 것은 남는 시간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시간, 잡을 수 없는 시간, 그런 시간이 내 손에 있다. 이 언덕에 날아가는 긴 꼬리 제비나비처럼 잠시 그냥 바람에 나를 맡겨보려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잃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도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