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중 언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버들 May 14. 2022

먼지


오늘도 이곳 ‘바람의 언덕’은 바람이 세차게 분다. 송홧가루와 함께 하얀 민들레 씨가 날아다닌다. 나무 식탁 위, 먼지를 닦고 나면 또다시 여러 가지 물질의 가루가 내려앉는다. 먼지를 닦으면서 걸레에 묻은 먼지를 본다. 먼지 속 소나무의 꽃가루, 민들레의 작은 씨, 나뭇잎에서 떨어져 나간 이제는 필요 없는 조각의 잎들, 흙의 분자들, 나.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존재하고 있는 이유를. 아직 마음에 때가 많은가 보다. 쓸데없는 먼지를 닦아야 하는데 바람 때문인지 쉽지 않은 날이다.      


단풍나무 아래 평상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나를 둘러싼 나무들을 자세히 본다. 단풍나무, 복자기 나무 안쪽은 햇빛이 잘 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안쪽의 나무 잔가지에는 잎들이 없다. 스스로 잔가지에 잎을 틔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잎은 죽는다. 밥을 먹은 후 바람이 통할 수 있게 잔가지를 솎아주었다. 그 사이로 햇빛이, 바람이 통과한다. 머리를 이발한 것처럼 시원하고 깔끔하다.      


불두화가 만발하는 사이 알 수 없는 물질의 먼지는 또다시 가라앉고 바람과 함께 통과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바람이 차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