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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중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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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버들 Oct 12. 2022

산속의 이웃들

공동체 마을에서 거리두기는 낮은 언덕만큼

          

“똑똑”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여니 옆 골짜기에 사시는 형님이다.  손에 작은 찜기를 들고 계신다. 웃으면서 주고 가신다. 뚜껑을 열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약밥이다. 산 주변에서 수확한 밤과 작년에 말려놨던 대추 그리고 해바라기씨와 건포도를 뿌리고 칡잎으로 둘러싼 연갈색의 약밥은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약밥 위에 놓인 들꽃 감국과 쑥부쟁이 꽃이 가을을 더 풍성하게 해 준다. 바로 옆집이지만 언덕 방향이 달라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어 우리는 비밀의 궁전이라 부른다. 비밀의 궁전에 사는 부부는 정착한 지 11년이 되었다. 그분들은 자연을 좋아하신다. 주변 야생화, 풀, 나무 등 그대로의 자연을 즐긴다. 가끔 초대를 하신다. 부부의 밥상은 자연 건강식이다. 두부와 다진 고기를 양념해 넓은 머위 잎에 말아 찜기에 찐 음식. 호박잎에 밥과 양념장을 넣어 찐 음식. 직접 속을 파낸 야자열매 그릇에 담겨 있는 호박죽.  호박죽에는 소금도 설탕도 넣지 않았다. 그래서 작고 예쁜 종지에 소금과 꿀을 준비해 놓았다. 수저 또한 재밌게 생긴 모양이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다. 대접받는 기분이다.


옆집 부부는 아직 집을 짓지 못했다. 우리 집과 마찬가지로 농막 하나와 그 중심으로 조금의 편리한 공간 하나가 있다.  옆집은 남은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기 위해 집을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짓지 못했다. 그 이유는 길과 경계선의 분쟁이다. 도시의 집들은 대부분 선명하게 경계선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시골은 넓은 논과 밭 그리고 산들이 있어 그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전부터 살고 있던 분들은 땅의 경계선에 대해 전부터 알았던 경계와 여기서 저기까지 눈짐작으로 경계선을 인식해 온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시골에 외지인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정착 인구가 많아지면서 경계선 싸움도 늘고 있다. 땅을 산 후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측량이다. 당연히 자신의 땅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그 과정에서 예전과 달라진 측량 방법에 의해 그 경계선은 1M 전후로 변동된다. 그들의 공간은 변하는 게 없다. 다만 그 공간이 옆으로 또는 위아래로 이동했을 뿐. 그런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동안 다녔던 길을 갑자기 막고 길 옆에 푯말을 세운다. 주인 허락하에 통행이 가능하다고. 포장된 도로에 차를 세워 지나갈 수 없게 했다. 그 이후 옆집 부부는 5년 이상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요지부동 한 집에 의해. 그 덕분에 우리도 그 길을 지나갈 수 없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나가지 않는다. 다행히도 우리는 다른 길이 있어 그 길로 다니고 있다.    

  

도시인들의 시골 정착은 쉽지 않다. 도시에서는 개인대 개인으로 서로 터치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시골에서는 공동체적 생활로 엮여 있다.  이 깊은 산촌은 더더욱 가구수가 적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 한 번은 길가에 풀을 베어야 한다.  모여서 남자들은 애초기로 풀을 베고 여자들은 음식을 하고 함께 먹게 된다. 물 또한 상수도가 아닌 산에서 내려오는 저장탱크 물을 사용해서 일 년에 서너 번은 물청소를 해야 한다. 동참하기 싫으면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에 맞게 일명 왕따를 생각해야 한다.  


산촌에서 조금의 행복도를 위해 조금의 양보가 필요하고 조금의 노동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의  만남이 필요하다. 조금은 피곤하다. 하지만 산촌에서는 그 조금의 필요가 서로 도움이 된다. 조금은 내려놔야 한다. 하지만 그 또한 서로 간의 간격이 필요하다. 사이가 너무 좋으면 서로 자신들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거리두기가 힘들다. 다행히 이곳 산촌은 거리두기를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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