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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중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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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버들 Sep 06. 2022

옥수수 알알이 매듭지며

흙에서 얻는 기쁨은 크다.

여름을 지나 가을. 하나씩 작물을 거두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그 재미 쏠쏠하다. 농막 외에 작은 공간 작업에 집중하다 보니 제때 옥수수를 따지 못했다. 먹기에는 딱딱해서 작년과 같이 두 개씩 묶어 줄에 걸어놓았다. 말려서 밥에 넣어도 되고 가루를 내어 또 다른 음식을 해먹도 좋다.    

  

껍질 한 겹 두 겹 벗겨진 댕기 머리

옥수수 하늘 향해

고문 같지 않은 머리채 걸쳐지고     


옥수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나의 마음 넉넉하다. 옥수수 모종 하나를 심으면 옥수수 하나에 300~500개의 알들이 박혀 있다. 남는 장사다. 노란 옥수수 사이에 고추는 붉게 물들어 간다. 고추를 거두어 건조기에 넣었다. 뜨거운 훈김에 열심히 냄새를 풍기며 건조되고 있다. 작년보다 양이 많아 충분히 김장하고도 남겠다. 이 또한 남는 장사다.      



작물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받는 것은 참으로 많다. 그중 하나가 꽃이다.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야생화를 볼 수 있다. 따로 정원을 만들지 않았다. 그대로가 자연정원이고 꽃밭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한창 개망초가 피더니 지금은 구절초, 씀바귀, 개여뀌, 달맞이, 쑥부쟁이, 산국 등  다양하게 피고 있다. 집 주변 한 바퀴 돌다 보면 내 손 안에는 한 움큼 꽃이 생긴다. 작은 화병에 담아 놓고 밥을 먹을 때 차를 마실 때 아니면 그냥 앉아 멍하니 쳐다본다.  산중의 하루가 꽃처럼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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