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피오르드의 깊은 곳, 플롬
송네 피오르드를 한참이나 유영하던 넛셀투어 페리는 이제 종착지점에 다다를 준비를 한다.
종착점.
송네 피오르드의 깊은 곳, 플롬.
19세기 말 이래 관광지로 알려져 매년 약 45만명이 찾는 이제 유명소가 된 이 곳.
높은 협곡으로 둘러쌓여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여름 휴가처로 별장 또한 많은 작은 마을.
이 곳의 풍경을 보기위해 노르웨이 여행을 선택했을 만큼 기대 가득했던 곳.
페리는 여기서 한참 정박 후, 뮈르달에서 기차로 도착하는 손님들을 다시 태우고 돌아간다.
플롬은 오슬로 발, 송네 피오르드로 가는 관문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변의 피오르드나 폭포 등의 관광지를 향하려는 사람들은 이곳을 통과하게 된다.
(나는 베르겐에서 왔기때문에 반대 경로이다)
그들을 싣고 다시 송네 피오르드로 돌아가는 것이다.
* I N F O : 사진에 보이는 페리 앞 요트는 이 곳 플롬과 송네피오르드를 탐방할 수 있는 투어 상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무척 재밌을것 같았지만 유리가 없는 요트에서의 추위는 상상이상일 것 같아 포기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여름에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오늘 묵을 숙소. 프레트하임 호텔.
아름다운 자연 아래 그림같은 집이다.
내가 과연 이런데서 묵어도 될까? 싶은 옹졸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 숙소는 체크인시 예약금을 500크로네(한화 8만원)정도 받는 생소한 관례를 갖고있었다.
체크아웃시에 예약금은 환불되지만 미리 숙박비용을 지불해둔 상태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후에 안 것인데 이런식으로 예약금을 받는 호텔이 유럽에는 꽤 있다고한다.
동양에서는 아주 생소환 관례라 정보없이 투어하는, 특히 동양권 여행객들에겐 낯선 문화로 여겨질 수 밖에.
숙박료도 꽤 비싼편이었는데 숙소의 위치 배정도 1층 로비 옆으로 배정해 주어 실망스러웠다.
후에 다른 이의 포스팅을 보니 청결상태도 나쁘다고 적어놓은 것을 보았다.
이 여행기를 보고 플롬에 가는 분들은 근처 다른 숙소에 묵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I N F O : 프레트하임 호텔. (https://fretheimhotel.no/en/) 숙박비용은 한화로 20만원 선.
레스토랑 구비, 조식메뉴 다양하지 않음, 가격대비 추천하지 않는 숙소
숙소에서 짐을 풀고 어김없이 주변을 산책한다.
피오르드 바다에 반영된 플롬의 모습이 데깔꼬마니처럼 투영된다.
역시나 진부하지만 '아름답다.' 이 단어외엔 떠오르지 않았다.
아! 또 한가지, '춥다.'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었으나 지친 우리는 자전거보다 걷기로 대신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전거를 타지않은 것이 조금 후회된다.
여행에서의 두려움이나 피로로 인한 경험의 포기는 왜 현재의 후회로 이어질까.
이상하게도 '내 짧은 인생에서 이 곳을 다시 갈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모험심은 여행 당시엔 피로에 가려져있다가 돌아와서 사진과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어김없이 튀어나오곤 한다.
'나는 왜 그때 좀 더 그곳을 더 다양하게 즐기지 못했을까?'
경험과 체력, 시간에서 온 부족은 아무쪼록 다음 여행에서 거울삼기를.
이 곳을 지키는 나무 신들. 우리나라 장승과도 닮았다.
몇만리나 떨어져있는 나라라도 사람사는 곳은 어느곳이나 비슷한 부분이 있구나,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각기 만들어낸 문화도 비슷한 부분이 생길수 밖에 없나보다.
숙소 주변을 산책하며 만난 풍경과 식물들.
숙소 뒤에 언덕이 있는데 그 곳엔 처음보는 이름모를 꽃, 이끼, 버섯류가 다양했다.
식물류에 관심이 많은 나는 노르웨이 식물 도감이 절실했는데
다음을 위해 아껴뒀다, 라고 말하기엔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플롬에서 30분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역, 룬덴.
이 곳으로 산악 열차가 통과하여 플롬까지 와서 사람들을 태우고 돌아간다.
내일 그 중엔 나도 포함된다.
그 열차가 지나는 플롬스달렌 계곡은 험준한 산악지형과 깊은 협곡이 이어져 있어 웅장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고 한다.
겨울철을 제외한 5월부터 9월까지 하루 9~10회 운행한다고 하니 참고하자.
무작정 걷다보니 벌써 시야가 어둑해졌다.
3월의 노르웨이는, 특히 플롬처럼 산악지형으로 둘러쌓인 곳은 해가 더 일찍 진다.
4시쯤 해가 지기 시작해서 6시엔 완전히 어둑어둑한 밤이된다.
그리고 노르웨이 사람들의 별장이 많은 이 곳엔 겨울이라 그런지 비어있는 집들이 많았다.
불꺼진 인가들이 많아 조금 더 어두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고싶었지만 예보를 보니 구름이 하루종일 잔뜩끼어 있다.
아쉽지만 내일 플롬의 명소, 스테가 스테인에 가는 일정을 위해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간단하다 말했지만 후식이 포함된 연어 스테이크는 200크로네가 넘었다,
또한 플롬에서 가장 큰 숙소의 레스토랑이라 여행객들이 많아 혼잡하다 )
일찍 잠을 청한다.
드디어 다음날!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인근 안내 센터에서 스테가스테인으로 가는 티켓을 구입했다.
가격은 1인당 한화 2만원선.
안내 직원에게 짐을 맡아줄 수 있냐고 물으니 친절하게도 짐까지 맡아준다.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서일까, 금방 차가 도착했다. 무려 독일 B사의 승합차다.
이 차에 동양에서 온 우리, 단 두명만 타고 스테가스테인으로 향한다.
택시가 따로없다.
[스테가스테인 지도, 플롬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있다]
승합차를 운전하는 분의 영어로 된 설명을 들으며 이런 환상적인 풍경을 바라본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살 수 있는 이 곳의 집 값은 한화로 2억정도,
물고기가 많이 잡혀 어부로 생활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본인은 은퇴 후 가끔 이렇게 여행객 투어해주는 일을 하기도 한다고.
생각보다 저렴한 주거 가격에 놀랐고 노르웨이는 이민을 받지않는다는 말에 한번 더 놀랐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만드는 풍경.
살수만 있다면 당장 집을 짓고 살고싶게 만드는 그런 풍경.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에서 더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들을 내려다봐야하는 우리나라의 그런 풍경이 오버랩되었다.
자랑스러운 나의 나라지만, 조금 서글퍼지는건 어쩔수 없었다.
한시간 정도 스테가 스테인에서 전망을 즐긴 뒤
다시 플롬 역으로 돌아오니 산악 기차가 들어와있다.
뮈르달로 가는 플롬발 산악기차.
역에서 짐을 챙겨들고 짐을 맡아준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않고 건낸뒤
기차에 탑승한다.
*I N F O : 플롬 기차역 앞엔 기차와 플롬에 관련된 박물관이 있다. 재밌는 물건들이 아기자기하게 전시가 잘 되어있고 방명록도 쓸 수 있다.
이 곳의 특산품을 살 수 있는 작은 기념품샵도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들러볼 것.
3월의 노르웨이는 여행 비수기라 유명한 산악기차지만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이런 풍경들을 사람들에 치여 눈치보며 보지않아도 되었고
이곳 저곳 빈 자리도 옮겨가며 즐길 수 있었음에.
기차는 중간에서 한 번, 5분정도 정차한다.
유명한 효스 폭포인데 여름에는 요정으로 변장한 사람이 춤을 추고 있다고 한다.
겨울에는 꽁꽁, 정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다시 기차는 북으로 북으로,
어디선가 겨울왕국 엘사라도 나올듯한 풍경이 계속된다.
협곡과 산, 침엽수림, 그리고 저기서 과연 사람이 살고 있을까? 의문이 드는 드문드문한 민가들.
그 외에는 전부다 새하얗게 쌓인 눈이었다.
새하얀 작은 도시, 뮈르달에서 1시간정도 머물며 NSB 기차로 환승하고
이젠 5시간이란 기나긴 시간동안 오슬로로 향한다.
엘사가 나오는 만화속 눈세계가 아닌,
진짜 북극으로 가기 위해서.
-다음편 '핀란드, 숲과 오로라의 나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