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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Mar 15. 2018

북위 68˚

#2_기묘한 낮의 밤, 북극의 개기일식





"우리는 코스모스의 일부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칼 세이건




   



오로라를 처음 만나고 난 다음날, 설레는 마음에 밤새 잠을 뒤척인 탓인지 

몽롱한 기운에 리조트 주변을 다시 산책했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가득 뒤덮인 차가운 풍경에 정신이 바짝 돌아온다.  

이 곳의 숲엔 약 1미터가량 눈이 쌓여있다. 

어제 밟아두거나 치워두었던 눈은 

새벽녘에 다시 하얗게 내린 눈으로 깨끗하게 뒤덮여있어

바라보고있으면 영문모를 맑아짐을 느끼게된다.  



[눈이 가득한 지구의 극지방, 사리셀카.  그 속의 일부가 되려 열심히 노력하는(?) 나]    눈, 눈, 눈



풍덩! 은 아니지만 뿌드득! 


하고 내 키의 반정도 되는 눈 속에 들어가 숲과 하늘을 본다. 

 조금 더 이 풍경의 일부가 된 기분.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지를 느끼며

겪는 느낌을 나도 내 방식대로 느껴본다.  



 

[개기일식 정보]

  

내가 이 곳으로 여행 온 이유는 오로라도 있었지만 

하나 더, 운좋게도 이 시기에 개기일식이라는 아주 드문 천문 현상을 여기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개기일식.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놓여 지구에서 볼 때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  


한국에서 부분일식은 가끔 만나고 개기월식은 본 적이 있었지만

개기일식은 생전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일생 한번도 보지못하고 죽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드문 천문현상이다. 


일생 한번도 보지못하고 죽는 사람이 되지않기위해 

우리는 최대한 리조트 밖의 평지로 나갔다. 

3월의 북극권은 태양이 높게 뜨지않고 지평선위로만 머물러 있기 때문에

건물이나 산에 가려지면 쉬이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리조트 단지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침엽수림이 있다. 위쪽엔 무료 스키장도 있으니 참고하자]

   

드디어 시작된 개기일식.  



[개기일식이 진행되고있는 사리셀카]


완벽한 원에서 눈썹처럼, 또 손톱의 모양새처럼. 

신비롭게 모습을 바꿔가는 태양. 

 초승달, 손톱달 같은 모양새지만 분명 태양이다.

수십분 안에 이렇게 어두워지며 태양은 둥근 원에서 날씬한 형태를 띄게된다. 


신비롭다.  


태양과 달이 만나는 지점 아래 내가 서 있다. 

이런 행성에서 살고 있구나, 

이런 아름다운 현상이 일어나는 행성에서.   

아쉽게도 구름이 끼어 완전히 어두워지는 현상은 못보았지만

여기서 만난 두번째 기이한 천문현상에 

천문덕후로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환상을 조금 더 현실로 풀어낼 수 있었다.   


   


T I P : 태양을 맨 눈으로 쳐다보면 눈이 약해지거나 손상을 입을수도 있으니 

           카메라 디스플레이로 보거나 ND필터같은 태양 광량을 줄여주는 전문 필터로 보는것을 추천한다.


[태양이 완전히 가려져 어두워진 숲]



 대낮인데도 태양이 완전히 가려질즈음은 이렇게 어두워진다. 

저녁도 밤도 새벽도 아닌


'낮의 밤.'


일생 한번도 겪지 못한 기묘한 어둠.  

모순처럼 부딪히는 밤과 낮의 조합을 한 순간에 겪고있으니 

이상하게도 내 안에 갖고있던 편견들이 조금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성장'이란 것은 더이상 예외는 없어! 라며 내가 굳게 믿고있던 일들이

 다른곳에서 예외로 적용됨을 겪는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여행은 이렇게 편견을 깨는 경험으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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