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Nov 07. 2018

북위 68˚

더 깊은 오로라의 숲으로 #1






"빛을 보려면 어둠이 필요하듯, 따듯함을 느낄려면 추위 속에 있어야 한다"






여기는 핀란드 라플란드 이나리, 사리셀카. 


북위 68도. 3월. 

온도는 영하 18도. 체감온도 영하 30도, 바람 없음. 

하늘 대체로 청명함.


딱히 큰 준비없이 시작했던 북극권 여행의 막바지. 

늘 하일라이트같던 풍경들이 즐비한 여행이었지만 

왠지 결정적 한방이 부족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우리는 결정적 하일라이트를 만들기위해 

또 오늘같은 쾌청한 대기상태를 놓칠새라 낮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밤에 본격적인 오로라 투어를 나서기로 했다.



[3월의 사리셀카 기온, 눈이 주로 오므로 청명한 날이 많지않다]




숙소 옆에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작은 가게로 가 

 직원의 영어로 된 설명을 자세히 들은 후 

허스키썰매, 스노모빌 등 여러 투어 중에서

우리는 단연코 오로라 투어! 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오로라 투어를 선택하면 순록썰매를 타고 숲으로 들어가서

본다는 것이 아닌가.


오로라가 뜬 라플란드의 숲을 순록썰매를 타며 본다니, 

이것이 이번 북극 여행의 결정적 하일라이트가 될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INFO : 핀란드는 유로 사용. 오로라 투어는 방한복, 방한슈즈 포함 1인당 100유로, VISA카드 결재가능 

              미리 예약을 해두면 투어 시간을 알려준다. 시간에 맞춰 다시 샵으로 가면된다.  



  

[방한장비를 착용한 모습]





투어를 시작하기 전, 투어를 신청한 샵에서는 이런 방한복을 무료로 빌려준다. 

방한 신발, 방한 모자 등등, 특수한 재질로 재작된 방한 장비는 무척 따뜻하면서도 쾌적한 편이었지만

이 방한장비 안에도 히트텍같은 옷을 겹겹이 껴 입었다. 

북극권의 밤은 영하 18도, 체감온도 영하 30도. 

이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척 추우니 든든하게 입는 것이 살 길이니까. 






이 투어를 대미로 장식할 세계 각국의 몇몇 사람들을 태운 버스는 광공해 하나 없는 숲 한가운데에 정차한다. 

그리고 그 곳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순록 썰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하는 순록 썰매]




불빛도 없는, 

밤하늘엔 별과 나무와 숲으로 보이는 검은 그림자들뿐, 

흰 눈조차 검게 보이는 풍경들. 


그리고 생각보다 무섭게 생긴 순록들의 생김새가 더해져

동방의 나라에서 온 이 작은 나를 무서운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섬뜩한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바이킹족의 후예라는 가이드의 포스에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예의바른(?) 나는 의심을 접고 썰매에 안착해야만 했다. 


  

[순록 썰매에서 본 풍경들]





너무나 어둡고 적막해서

보이는 거라곤 희미한 불빛과 나무 그림자, 그리고 별빛.

들리는 거라곤 순록 목에 걸린 워낭을 닮은 딸랑이는 종소리와 그들의 발자국 소리 뿐.  


 움직이는 썰매에서 장노출로 찍은 사진들은 그 묘한 풍경을 신비롭게 재연출하고 있었다. 



  

[목적지에서의 캠프파이어]
캠프파이어 불빛과 별빛으로 물든 숲




순록썰매를 타고 얼마즈음 타고 들어간 목적지. 

푸른 밤, 별이 총총 뜬 침엽수림 안에 둥그렇게 둘러앉은 사람들 가운데서 가이드가 능숙하게 불을 피운다. 

그리곤 불 안에 금속주전자를 넣어 물을 끓여 따뜻한 커피를 내어준다.  

아무리 방한복을 입었다지만 북극은 북극,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추위는

이 따뜻한 모닥불과 커피 한잔에 녹아든다. 



캠프파이어 불빛이 번진 밤하늘


나는 문득 먼 과거, 

편리한 현대 문명을 모르던 이들의 삶을 체험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빛, 썰매, 순록, 숲, 깜깜한 밤. 그리고 모닥불이 내어준 따뜻한 차 한잔. 


번거롭지만 아름답고 로맨틱한, 추웠지만 때론 그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삶이었겠거니, 상상해본다. 



<눈부시게 빛나던 라플란드 숲의 별들>


목적지에서 촬영한 밤 풍경들, 아직 희미하게만 오로라가 떠 있다. 


희미하게 녹색 빛이 일렁거리는 이 밤하늘도 나쁘진 않지만

진하게 선이 그어진 그 풍경을 다시 한번, 이 깊은 숲에서 만나보고 싶은 욕망이 추위를 뚫고 일렁거린다. 



시간이 지나도 일렁이는 오로라 폭풍은 나타나질 않고.






'이대로 오로라를 볼 수 없는 걸까.'


아쉬운 마음에 애꿎게 쌓인 눈밭을 밟으며 연신 셔터만 눌런댄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북위 6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