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랑스런 엄마

1. 엄마의 하루

by 남산바라보는여자

"난 엄마의 자랑스런 아들이다" 어느 유명한 TV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취업이 안돼서, 연애를 못해서, 결혼할 짝을 찾지 못해서, 두 발 뻗고 살아갈 내 집을 장만하지 못해서 아들들이 힘든 세상이다. 그런데 아들들만 울고 싶은 게 아니다. 우리네 엄마들도 아들들만큼 마음이 춥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힘든 삶으로 주목받던 우리 엄마, 아빠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들. 그들은 지금 어떤 심정으로 힘든 아들들의 엄마, 아빠가 되었을까.


"띠리리리 (전화벨 소리)"


엄마의 핸드폰 전화 벨이 울렸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아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려웠다. 엄마가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 전해질까봐서다. 아들의 전화였다.


엄마는 봄 이후로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금지옥엽 키운, 파란만장한 삶을 펼쳐버린 아들이 좋지 않은 일을 벌였기 때문이다. 원인은 술이었다. 사고가 난 것이다. 사건의 마무리가 지어지기 위해선 지난한 시간을 버텨야 했다.


아들이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아들을 원망만 할 순 없었다. 부모여서, 엄마여서만은 아니다. 분명 아들이 실수한 건 맞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직간접적인 원인은 있었지만 아들은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었다. 아들이 얼마나 착실하고 유쾌한 학생이었는지, 회사원이었는지, 가족이었는지는 아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엄마는 그런 아들을 탓할 수 없었다. 행여나 사고가 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까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잠은 고사하고 밥까지 잘 넘어가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아들이 집에 들어올 때까지 잠을 잘 이룰 수 없었다. 혹시나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아들 목으로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갈까 오늘 밤도, 내일 밤도 숱한 어두운 밤과 함께 해야했다.

아들이어서 더 그랬던 것일까. 더 애가 탔다.


엄마는 사고 전부터 그런 엄마였다. 아들은 사람을 좋아했고, 그래서 술자리가 잦았다. 회사에 입사하니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더 흔해졌다. 그럴수록 엄마의 마음 새까맣게 타들어가기만 했다. 회식이 있는 날이면 매 시간마다 아들에게 '일찍 들어오라'는 간절한 메세지를 보냈다. 아들이 누르는 현관문 비밀번호 소리가 들릴 때까지 쉽게 잠들 수 없는 건 빈번한 일이었다.


아들이 혼자 살았다면 엄마가 좀 더 편히 밤에 잠들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듯하다. '톡'이란 걸 너무 쉽게 보낼 수 있는 세상. 아마 엄마는 더 자주 아들과 톡으로 소통하며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아들도 그런 아들이었다. 딸보다 엄마와 더 톡을 많이 하는 사이. 누구보다 다정스런 엄마의 아들이었다. 엄마와의 소통을 즐겼고 거기엔 장단점이 있었다.


엄마는 주변의 아는 사람을 통해 사고 관련 일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낮이건 밤이건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났고, 물어야 할 것들을 물었다. 날이 덥든, 춥든 그게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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