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차인 태정이의 2차 영유아 검진 날이 돌아왔다. 이 날이 오기까지 병원을 고르고 어플로 예약하고 문진표를 작성해야 했다. 아기 수는 급감하고 있다는데 동네 병원마다 두 달치 예약이 찼다 한다. 아이러니하다. 아기가 줄어드니 소아과가 많이 문을 닫은 걸까. 모르는 동네의 병원에 겨우 예약을 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가히 오바마가 부러워할 만하다고 몸소 느꼈다. '똑닥'이란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는 병원이 다수였다. 얼마 전 요즘 유치원생들은 어플로 부모와 선생이 준비물, 활동 등을 공유한다는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다. (1차 땐 전화 예약이 가능한 병원이었다.)
새삼 정부가가 수립한 의료시스템이 웬만한 회사의 시스템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선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 너무나 어려웠던기억이 난다.
아직 영유아 검진을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벌써 많이 배운 기분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지금만큼 부지런했다면 뭐를 해도 성공했을 거란 생각을 자주 한다.
2. 병원 방문
모르는 동네라 낯설었다. 아기는 병원 가는 길에 분유를 먹었고 잠이 들었다. 마음이 초조해졌다. 잘 울지는 않는 아이인데 자다가 깨서 울면 어떻하지...?! 아이를 달랠 방법을 생각해 놓느라 머릿속이 분주했다. 근처 동네에 있는 꽤 큰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병원이었다. 지근거리에 이리도 큰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는 데 내 무지함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알고 싶은 동네만 찾아보고 가봤던 것 같다. 상가 주차장은 꽤나 비좁았다.
아파트는 연식이 있었고 상가도 마찬가지였다. 상가도 규모가 컸다. 미로처럼 얽힌 복도 양 옆마다 제 각각의 상점들이 즐비했다. 소아과는 2층 맨 안쪽에 있었다. 여름휴가 일정을 문 앞에 붙여 놓았는데 소아과 이름 위에 붙여놓아 '소아과'란 글씨만 보였다. 음... 미묘했다.
코로나 전쟁 속에 환자가 없는 건 다행이었다. 소아과 간호사들은 모두 친절하다. 어느 병원을 가도 상냥한 말투로 나를 어머님이라 하며 공손하게 대해주고, 아기도 예뻐해 준다. 그런 분위기가 난 좋다. 출산을 하는 산부인과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소아과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3. 검진 시작
모든 영유아 검진의 시작은 키와 몸무게를 재는 것이다. 몸무게는 수월하게 쟀으나 철 막대기가 머리 끝에 닿는 느낌이 별로였는지 키를 재고는 아기의 울음이 터졌다. 간호사는 그때만큼은 상투적인 말투로 "달래주세요"라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꽤 연륜이 있으셨다. 1차 때 비교적 젊은 선생님과는 다른 스타일의 진찰이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예감은 맞았다. 영유아 검진의 목적을 설명하자마자 키와 몸무게를 보자며 대뜸 내게 질문을 하셨다. "아기의 비교대상이 누구인지 알아요?"
난 동일 개월 수의 아이들이란 너무도 틀린 답을 말해버렸다. 그건 너무 당연하거 아닌가. 선생님의 장황한 듯 장황하지 않은 설명이 시작됐다. "몇 년 전부터 비교 대상이 달라졌다. WHO에서 수집한 동일 개월 수의 세계 어린이들 자료 중 표본을 뽑아 1부터 100까지 키, 몸무게 데이터를 만들었어요.
아하 그렇군... 또 하나 배웠다. 선생님은 몇 가지 설명을 더 하시면서도 알았죠? 이해했죠?등의 질문을 반복하셨다. 구두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어서 그런지 선생님의 부릅 뜬 눈도 무섭지가 않고 오히려 졸음이 왔다. 간단한 내용인데도 확인을 거듭하며 진료를 하셨닺
정신이 들기 시작한 건 선생님이 부주의로 인한 사례들을 언급하실 때였다. 또 질문을 하셨다. "카시트를 왜 뒤를 보고 눟는 줄 알고 있나요?" 알고 있다 대답했다. 사실은 몰랐다.
카시트를 후방 쪽을 보게 설치하면 사고가 났을 시 아기 머리가 운전석 쪽으로 꺾이는데 그때 운전석 시트가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목이 앞으로 꺾이면 머리와 척추뼈가 틀어질 수 있다 한다.
낙상사고의 위험성도 강조됐다. 아기들의 머리는 말랑말랑 하기에 바닥에 크게 다치면 다친 부위가 쑤욱 들어갈 수 있다 한다. 이 경우 수술까지 할 수 있다.
이유식도 밍밍한 맛으로 만드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아기들은 짠 것을 먹으면 아직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심장이 쪼그라들 수 있다 한다.
동그란 리튬 건전지를 먹는 것도 조심해야한다. 장에 녹아 장파열이 올 수 있다. 자석도 절대 먹어선 안된다. 소화기관에 붙어 위 같은 곳의 기능을 헤칠 수 있다.
선생님은 성장호르몬도 중시하셨다. 일찍 자야 한단다. 호칭도 중요했다. 앞으론 오빠 대신 여보라고 신랑을 불러야겠다.
마지막으로 입안과 귀 검사를 하는데 귀에 기구가 들어가자 아기가 크게 울기 시작했다. 굵은 눈물 방울이 양 볼에 뚝뚝 떨어졌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집에 와 돌이켜보니 이번 선생님은 이런저런 성장과 관련된 사항들을 많이 알려주신 것 같다. 감사하다. 11개월이 되도록 잘 자라준 아이도 정말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