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우린 달라도 너무 달라서 전쟁이 나면 절대 한 곳에서 만나지 못한다.
그러니 해남 땅끝마을에서 만나는 걸로 하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부부가 가끔 하는 말이다.
신혼 땐 참 많이도 부딪혔다.
어떤 부분이 다른 것인지 기억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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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 식성
소고기, 양념 돼지갈비, 참치김치찌개, 잡채, 김밥, 만두.
신랑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내 입맛은 많이 다르다.
소고기를 드시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생선, 해산물에 입이 길들여진 지 오래다.
저 목록과는 거리가 먼 스파게티, 치즈, 명란젓, 야채도 애정하는 음식들이다.
연애 기간 땐 백화점 푸트코트를 애용했다.
그때야 기껏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 밥을 먹었으니 사실 '식(食)'이 크게 중요하진 않았다.
신랑과 내가 번갈아 가며 식당을 선택, 데이트를 즐겼다.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문득 서로 다른 우리의 식성이 고민이 돼 주변의 기혼녀에게 물은 적이 있다.
'먹는 게 이렇게 다른 데 서로 많이 싸우지 않을까?'
'내가 먹고 싶어 하는 걸 못 먹게만 하지 않으면 된다'
내가 들은 답이었다.
어쩌면 그 지인도 다른 식성으로 부딪혀보고 내게 해 준 금쪽같은 조언이었다는 생각이 결혼 후에 들었다.
결혼해서 보니, 식성이 달라도 진짜 너무 달랐다.
난 양념돼지 않은 고기를, 오빤 양념된 고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여름이면 내가 즐겨 찾는 콩국수를 오빤 아예 입에도 대지 않음을
미역국을 먹을 때 내가 국물 속 미역을 즐기는 반면 오빠는 국물만을 마심을
오빠가 냉면 위에 올려진 무를 모두 뺀다는 사실 등등을 배워 나가고 있다.
먹방 관련 방송을 볼 때도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서로 '저것만은 안 먹고 싶다'라고 속으로 생각한 음식을 나중에 알고보니 상대방은 가장 먹어보고 싶은 음식으로 꼽았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히도 먹는 걸로 싸우는 일은 없지만 마트에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카트에 담으면 식비가 배로 불기도 한다.
생활비를 관리하는 내가 컨트롤하지 않으면 아마 우리의 카트는 온갖 종류의 음식으로 가득 찰 것이다.
결혼 생활이 지날수록 아무래도 내가 신랑 입맛을 맞추게 된다.
내가 덜 편식을 하는 게 주된 이유이다.
매일 왕복 3시간씩 출퇴근하는 남편이 집에 와 저녁 식탁을 봤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가득하다면 더 지쳐버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큰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