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에선 너도 맞고 나도 맞다2

서로 다른 생활 습관 맞추기

by 남산바라보는여자

식성만 달랐던 것이 아니다.

6년을 만나고도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라며 발견한 그의 생활 방식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결혼하고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밤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날 때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 이불을 덮고 자는 게 아니라 다리 사이사이로 돌돌 말고 자는 게 아닌가. 항상 가슴까지 이불을 덮고 자던 난 아침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이불을 찾기 일쑤였다. "어차피 덮고 자지 않을 거라면, 그냥 나만 덮게 해 주라"는 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몸 위가 아닌 몸 사이사이로 느껴지는 이불의 따스함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이해하기까진 짧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이불을 돌돌 말고만 자는 게 아니었다. 자다가 또는 간혹 잠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다리 한쪽을 구부려 반마름모 모양을 만든 채 잤다. 남편이 먼저 잠든 방에 내가 들어갈 때면, 난 사선으로 누워 다리를 침대 모퉁이 한쪽으로 뻗어 자곤 했다.


우리 집 침대 위엔 사시사철 이불이 두 개씩 놓여있다. 이불이 늘며 침대 위 공간이 좁아지는 불편함보다 새벽에 이불이 사라졌음을 알고 느끼는 추위가 난 더 싫다. 청소할 때마다 이불을 하나 더 털어야 하는 수고는 이젠 나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대각선으로 누워 자지 않기 위해선 신랑에게 최대한 벽 쪽으로 붙어 자라고 말한다. 때론 남편이 없을 때 그의 베개를 최대한 벽 쪽으로 미리 밀어 놓기도 한다.


우리 남편 이불은 덮고 자지 않는데 '보일러'는 참 좋아한다. 신혼집을 구할 때도 개별난방이 되느냐가 집 장만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였다. 중앙난방이 되던 곳에서 쭉 살아오던 난 개별난방 사용에 익숙하지 않았다. 신랑보다 늦게 출근하던 내가 아침에 보일러를 끄는 걸 잊어, 뜨끈뜨근한 집에 퇴근하던 일 그래서 관리비 고지서에 찍힌 얼토당토 한 난방비에 놀라던 일 등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아직 생생하다. 내년이면 이사를 하는데, 남편에게 동화된 난 결국 '따뜻한 집'의 좋음을 알아버린 듯하다. 결혼 전까진 깨끗한 집, 넓은 부엌, 좋은 조망 등을 더 선호하던 나였다.


결혼 전 내가 꿈꾸던 'TV 없는 서재' 컨셉의 거실도 신랑의 확고한 취향으로 물거품이 됐다. 퇴근 후 철저히 쉬어야 하는 신랑에겐 거실은 'TV를 보며 휴식을 갖는 공간'이다. 직장인들이 애정하는 '소파에 누워 멍 때리며 TV보기'를 신랑도 참 좋아한다. 요즘 TV보다 유튜브를 더 즐기는 듯한데 난 이 점을 내세워 다음 집에선 꼭 TV를 거실이 아닌 안방에 두고 싶다.


총각 시절에도 '한 성실'했던 남편은 신혼 초 주말 늦잠도 내게 쉽게 허용치 않았다. 결혼 전부터 내게 주말 늦잠은 주중의 피로를 씻는 작은 선물이었다. 아침을 혼자 먹게 하긴 싫어 신혼 초 비몽사몽인 상태로 먼저 일어나 부엌에 있는 신랑에게 다가가 같이 아침밥을 차리던 주말은 매주 어김없이 찾아온다. 일찍 일어난 주말이면 외출했을 때도, 집에 있을 때도 낮잠은 필수다.


신혼 초 생활을 적다 보니 새삼 내가 남편에게 많이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뭐 남편도 날 괴롭히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내가 덜 까다로운 부분이 있는 것이고 신랑이 더 부지런한 면면이 있는 것이다. 서로의 장점을 보아가며 매일매일 한 뼘 씩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결혼이 주는 선물 중 하나다.


까탈스러운 남편인 듯 하지만 3년 동안 술 마시고 새벽 늦게 들어온 적 한 번도 없고, 치약을 끝에서부터 잘 짜주고, 변기 뚜껑도 매번 잘 내려주는 우리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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