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이 건넨 질문

남편이 내 삶에 미친 영향

by 남산바라보는여자

남편이란 존재가 내 삶에 들어오며 내가 구축했던 내 가치관들도 하나 둘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크게 달라지고 있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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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언론인이자 성공한 커리어 우면 되기'가 내 삶의 전부인 시절은 꽤나 길었다.

중학교 때를 시작으로 20년간 나와는 뗄 수 없는, 나를 결정짓는 그 무언가였다.

난 이를 위해 오랜 기간 정진했고 핑크빛 연애로 물든다는 캠퍼스 시절에도 꿈을 바라보며 하나둘 준비해나갔다.


다행히도 노력은 날 배반하지 않았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사회생활 초반 5년간 나만의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다.

최종 목표지를 향한 고단함을 넘은 험난한 시간도 가족과 지금의 남편의 도움으로 잘 견뎌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언론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삶의 가장 큰 시름을 덜어낸 듯했다.


난 그곳에서 아낌없이 내 에너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커리어적으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고, 개인적으로도 결혼에 골인하며 인생 2막을 펼쳐나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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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했다고 내 삶의 목표가 달라진 건 아니었다.

남편과의 시간이 중요한 만큼 회사에서의 내 퍼포먼스도 중요했다.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편을 생각해 일찍 퇴근한 날이라도 생기면, 밤늦은 시간 또는 다음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못다 한 내 책무를 다하려 애썼다.

가정이 뒷 순위로 밀려나지 않는 선에서 한 회사의 직원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아내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해내지는 못해도 평균은 가려고 했다.


이런 나의 소소한 소망은 회사에서 내 연차를 중간 관리자급으로 키우려는 시점에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회사는 내게 더 많은 할당량을 주었다.

집에서의 내 역할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내가 케파를 늘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었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는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회사에 대한 불평, 삶에 대한 고단함을 남편에게 토로했다.

남편은 내가 퇴사를 고민하는 시점에 이르러 좀처럼 길게 말하지 않던 것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삶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삶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네가 300만 원을 벌어와 500만원어치의 불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내가 자신도 지쳐 퇴근한 남편에게 온갖 불만을 늘어놓았던 것이고 이를 아무 말 없이 계속 들어온 남편이 오래 생각하고 건넨 말들이었다.


그때 난 무언가에 한 대 맞은 듯했다.

회사 생활로 힘들다는 건 나 자신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 생각했다.

남편에겐 그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회사 이야기만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보기엔 회사를 나 자산으로 동일시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내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너무나 많이 쏟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다시 돌아보니 회사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낸 날이면 집에 돌아와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 반대의 경우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지 않은가

평생 날 지지해주고, 내가 지켜줘야 하는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기 이전에 상사에게 칭찬받는 직원, 좋은 퍼포먼스를 내서 업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려고 이를 악물로 버틴 시간이 참으로 많았음을 깨달았다.

짝꿍인 남편이 내게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 일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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