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글쓰기 모임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평소 책을 좋아했기에 그 연장일 거로 생각했고 나름의 자신도 있었다. 책에 관한 주제로 글감을 정하고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합평하는 날, 모두 글을 충분히 읽고 온 터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같이 들여다보니 내 글 속 영어식 표현과 장황한 설명이 보였다. 수필이라기보다 진술서나 변명처럼 느껴졌다. 신기했다. 분명 내가 검토할 때는 몰랐던 것이었다. 글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라는 존재로만 살아왔다. 그 생각이 수십 년간 계속되어 글로 표현되어도 나에게는 익숙했다. 고마운 조언들이 잊힐까 봐 돌아와서 바로 글을 수정했다.
글을 쓰면서도 좋아하는 책들을 놓지 못해 틈틈이 읽었다. 정갈하게 쓰인 작가들의 글에 존경심이 더 생겼다. 그동안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훌륭한 책들에 미안함도 느껴졌다.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책상에서 보냈을까. 종이에 찍혀 나오기까지 거쳤을 수많은 손이 떠올랐다.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아니 핸드폰만 있어도 가능한 것이 글쓰기다. 글쓰기는 누구나 언제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은 무섭게도 솔직하다. 내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잘난 척하고 싶으면 글은 그 우월함을 드러내고 고통을 표현하면 일그러진다. 소설처럼 허구의 글일지라도 거짓만을 쓸 수는 없다. 그래서 글 뒤의 작가 생각이 느껴진다.
어느덧 글쓰기 모임도 마무리되어 소중한 책이 엮여 나왔다. 우리는 여전히 연락하고 서로의 하루를 응원한다. 최근에는 함께 한 글쓰기 동무의 추천으로 ‘문예 창작’ 수업도 듣게 되었다. 어린 시절 암기하듯 배운 문학과 작가에 대한 풀이가 이제는 내 이야기에 쓰일 소중한 재료가 되어 담겨 온다. 나만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조언들이 감사하다.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날 줄 알았던 쓰기가 점점 나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작은 것도 자세히 보고 한 사람 한 사람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은 글쓰기가 나에게 알려준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