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켈리랜드 Apr 11. 2019

매일, 영어책을 낭독해보았다! (1)

매일 저녁, 1시간씩 영어 원서를 읽는 어메이징한 북클럽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영어책 원서를 옆구리에 끼고 다닌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 본 경험은 흔치 않을 것이다. 원서 리딩을 시도해보지만, 삽화도 없고, 심지어 종이질도 나쁜 데다, 깨알같은 알파벳에 압도돼, 페이지 한 장 넘기기도 쉽지 않다. 대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에 집착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단어를 꼭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면, 그새 마우스 클릭은 자연스럽게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터넷 가십 기사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이렇게 구석에 쌓인 책이 몇 권이던가...


어린이들의 어휘력 증진을 위해 독서를 권장하듯이, 영어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영어 원서를 읽어야 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영어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고, 이런 욕구는 나만이 있는 게 아닐 터이다. 그렇다면, 영어 원서 읽기 스터디를 만들어서 함께  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학창 시절의 두 장면이 떠올랐다.


먼저, 체력장의 오래 달리기를 떠올려보자. 십여 명씩 조를 짜서 오래 달리기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달리다 보면, 종종 뒤처지긴 해도 발맞추어 달리다 보면, 어느새 운동장 몇 바퀴를 휙휙 돌아 목적지까지 완주하게 된다.

혼자 달리면 멀고 힘들지만, 같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까지 와 있게 된다.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다음으로, 영어 수업시간, 본문 리딩 시간을 떠올려보자.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한 명씩 지명해서 본문 읽기를 시킨다. 대게 그날 주번이 있는 줄은 100%다. 한 명이 일어나서 본문을 낭독을 하는 동안, 반 친구들은 눈으로 따라가면서 문장을 같이 읽는다. 그렇게 읽다 보면, 한 챕터를 다 같이 읽게 된다.


기존 독서 모임은, 책을 미리 읽어오고 읽은 내용을 토론한다. 하지만, 대부분 처음 열정은 금세 시들어 버리고, 독서토론은 가십 토론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영어 원서를 혼자 읽어오기보다는, 스터디 시간에 돌아가면서 낭독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시작한 스터디가 어느덧 6개월. 그 놀라운 변화를 공유하고자 한다.


엄청난 버터 발음으로 주변을 제압하는 친구들. 꼭 있다 ㅋㅋ


원서 읽기 스터디 방법


먼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온라인 영어 원서 읽기 모임 스터디를 모집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그중 멤버를 추려 6명을 한 그룹으로 만들었다. 온라인 북클럽 진행 방법은 간단하다. Skype를 통해, 매일 (월-금요일), 저녁 10시부터 1시간씩 읽는 것이다. 자! 준비가 됐으면, 아래 순서대로 진행하면 된다.

 

준비물은 스카이프 앱, 마이크 지원되는 이어폰, 다같이 읽을 책 한권 만 있으면 된다. 커피는 옵션^^ 참 쉽죠?!


1. 스카이프(Skype) 그룹 콜에 조인한다.

개인적으로 스카이프가 단체 통화 음질이 깔끔하고 성능이 좋은 것 같다. 요즘 다른 앱도 그룹 콜 기능을 많이 지원하니 선택하기 나름이다. 온라인 콜의 좋은 점은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잠옷 입고 반쯤 누워서 책을 읽어도 괜찮은 것이다. 경험상, 인원수는 5–6명 정도가 적당하다. 혹, 멤버들이 결석할 경우를 위해 3–4명은 조금 타이트하고, 인원수가 너무 많아도 혼잡스럽다. 그날 참석자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1시간 동안 본인 낭독 순서는 대략 4–5번 정도 돌아온다.



2. 리딩은 매일(월-금),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우리 방은 저녁 10–11시에 진행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다. 나는 이때가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한숨 돌릴 수 있는 꿀 타임이다. 스터디 시간은 멤버들과 정하기 나름이지만, 매일 할 것을 권장하다. 리딩을 습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제 읽은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 연속적 리딩도 가능하다. 최소 2명만 로그인해도 스킵 없이 리딩을 진행한다.



3. 미리 읽어오지 않아도 된다. 그날 출석한 멤버끼리 순서를 정해 소리 내서 읽는다.

이 독서 모임의 특징은 사전에 읽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같이 읽는다. 미리 예습해 와도 괜찮지만, 그건 본인 자유다. 초기엔 한 단락씩 돌아가며 읽다가, 나중엔 두 단락씩, 지금은 익숙해져 한 페이지씩 읽는다. 그날 참석만 한다면, 어쨌든 하루 10–15페이지의 원서를 읽게 된다.  


앞에서 말했지만 단체로 오래달리기하듯이 멤버들 사이에 묻혀 달리기만 하면 된다. 리딩 순서는 그날 랜덤하게 정한다. 이게 귀찮으면 순서를 한번 정해놓고, 다음 날에는 전날 끊긴 차례부터 읽어도 좋다.



4. 모르는 단어, 발음 상관없다. 술술 읽어나가자. 목표는 완독이다!

모르는 단어에 집착하기보다는 맥락(context)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책을 읽을 때도,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중간에 국어사전을 찾아보지 않듯이, 리딩 하는 동안 모르는 단어는 일단 그냥 넘어간다. 팔로업은 사전/사후에 개인의 몫이다.  

발음도 자신이 아는 선에서 자신 있게 크게 읽는다. 대개 내가 모르는 단어는 상대방도 모른다. 어차피 얼굴도 안 보이니, 오버해서 신나게 읽어보자. 온라인 스터디의 장점이 이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내가 혼자 떠드는 동안 누군가 집중해서 들어준 적이 언제였던가. 은근 긴장되고 재밌다.


리딩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오디오북이 되어준다.



2018년 9월. 우리 그룹의 첫 리딩 책은 Grit 이였다 (한국어 제목: "그릿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니, 일명 "존버(존나 버티기 or 존경받는 그날까지 버티기)"정신이 있더라는 자기 계발서다. 베스트셀러로 대중 서라 책 내용 및 영단어도 많이 어렵지 않고, 두께도 적당해서 시작하는 책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저자인 앤절라 더크워스는 Ted Talks에서도 멋진 강연을 했다. Grit이 궁금하다면 시청하면 좋을 듯! (한국어 자막제공)


< Grit > 을 시작으로 우리는 매일 책을 읽었고, 2019년 3월. 놀랍게도 지금 우리는 7번째 원서 책을 읽고 있다. 책 한 권을 끝날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과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멤버들과의 끈끈해진 단결력과 동지애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혼자라면 절대 읽지 못했을 <사피엔스>와 같은 두꺼운 책도 같이 읽고, 저자의 매력에 빠져 <호모 데우스>까지 함께 읽어갔다. 이렇게 매일 달리면, 3-4주 정도면 한 권이 끝나 있다. 아래는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책의 리스트다.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2018년도

9월-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 / 그릿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Grit)/ by Angela Duckworth

10월- Post Truth by Lee McIntyre

11월-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by Yuval Noah Harari

12월- Life of Pi/ 파이 이야기/ by Yann Martel


2019년도

1월- Homo Deus : A Brief History of Tomorrow /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by Yuval Noah Harari

2월- To Kill a Mockingbird / 앵무새 죽이기/ by Harper Lee

3월- Happiness Project / 행복 프로젝트/ by Gretchen Rubin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영어원서를 모아봤다. 차곡차곡 책이 쌓일때마다 기쁨은 배가된다.



모든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하고 끝낸 경우도 있고, 결석이 잦아서 많이 놓친 책도 있다. 하지만, 혼자라면 시작도 못했을 영어 원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냥 흘려보내기 쉬운 저녁시간을 값지게 보낼 수 있었다. 다음 편에는 원서 낭독 북클럽이 내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적어보겠다. 난 오늘도 저녁 10시에 북클럽으로 달려간다.

 





** 관련 글 바로가기



** 해당 아티클이 < ㅍㅍㅅㅅ> 에 기사로 선정되서 퍼블리싱되었습니다! 


해당 아티클이 < ㅍㅍㅅㅅ> 에 기사로 선정되서 퍼블리싱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다가 봉창은...'영어로 뭔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