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켈리랜드 Apr 30. 2021

무례한 질문을 하는 사람의 진짜 속마음

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과 안부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냥 인사만 해도 될 것을, ‘요즘 살이 많이 찌셨네요?’ ‘아직도 결혼 안 하셨어요?’ 같은 불쾌한 질문들이 예고 없이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그냥 웃고 넘어가야 할지, 진지하게 답해줘야 하는 건지 참 난감해진다. 이런 질문들은 대체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보는 것일까? ‘미안해요. 제가 살이 쪄버렸네요’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까? 아니면, 같이 '당신도 마찬가지네요! You too!' 하고 되받아쳐야 할까?  


왜 사람들은 이런 무례하고 상처가 될 수 있는 질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일까?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대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무엇일지 한번 생각해보았다.


‘왜 나에게 이러시는 거예요?!’ 무례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먼저, 정말로 상대방이 걱정돼서 물어보는 것일 수 있다.


나쁜 의도 없이, 정말로 그 사람의 안위가 염려돼서, 혹, 내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물어보는 것일 수 있다. ‘왜 이리 살이 많이 쪘어요?’라는 질문에 그 사람이 의도한 바는 ‘내가 기억하는 당신은 원래 이렇게 뚱뚱한 사람이 아녔는데요. 혹시 요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긴 의도를 다 말할 수 없어 짧게 물어본 것이 무례하게 전달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살찌는데 당신이 기여한 게 없는 것처럼, 내가 살 빼는데도 전혀 기여할 수 없으니 굳이 물어보지 않는 게 좋다.



친분을 과시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결혼 안 했어요?’라는 질문은 당신을 비난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내가 당신의 결혼 유무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었어요. 난 당신의 이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답니다’라는 표현일 수 있다. '혹시, 내가 소개팅을 해줄 수도 있으니, 내게 당신의 상황을 알려주세요!'라고 전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혼이나 연애와 같은 매우 사적인 부분에 대해, 당신에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상대의 결혼 여부가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본인 짝은 본인이 알아서 찾도록 내버려 두자. 당신이 할 일은 언젠가 청첩장이 오면, 축의금만 내면 될 것이다.  



단순히 본인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함일 수 있다


‘얼굴에 뾰루지가 왜 이리 많이 났어요?’라는 질문은, '여드름은 보통 청소년기에 많이 나기 마련인데, 저 사람은 왜 이리 많이 생겼지?' 하고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일 수 있다. '혹시 무엇을 잘못 먹고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나도 주의해야겠다'라는 정보 탐색 차원에서 말이다.


이러한, 무례한 지적 호기심은 어쩌면 이기심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당신이 받을 상처는 내가 알바는 아니고, 일단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세요'라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단순히 본인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질문이라면, 그냥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해보는 게 서로의 정신 건강을 위해 좋을 것이다.




본인은 칭찬이라 생각하고 물어본 것일 수 있다.


다이어트 강박이 있는 사람이 체형이 마른 상대를 만났을 때, ‘왜 이리 말랐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은, ‘어떻게 이런 몸매를 가질 수 있죠? 당신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참 좋겠어요?’라는 부러움의 표시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한다. 말라 보인다는 이야기가 상대방에는 ‘당신. 아파 보여요, 잘 못 챙겨 먹나 봐요’라고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칭찬이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때와 장소에 맞게 말이다.




정말 무지에서 물어보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질문을 하면 상대방이 곤란하거나, 기분이 나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묻는 것일 수 있다. 상식적으로도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쁜 질문임에도 ‘뭐 이런 걸로 기분 나쁘게 생각해? 속이 좁네~’ 하거나 '농담도 못하겠네!' 하면서 오히려 상대방의 속 좁음을 탓할지도 모른다. 본인의 기준에는 충분히 적절한 안부인사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괜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여긴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농담은 서로 같이 웃을 수 있을 때가 농담이다.


혼자만 즐거운 농담은 상대방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선한 의도에서 물어본 안부 인사라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바에는 차라리 인사를 안 하는 게 더 낫다.  안부 인사 후 어색한 침묵이나 분위기를 띄워보려는 게, 잘못 말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만나면 어색한 게 당연하다. 괜히 무리수를 두지 말고 말을 아끼는 게 더 좋은 인상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말들에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대부분 특별한 의도 없이, 그저 생각의 흐름에 따라 툭 튀어나온 이야기다. 일 년, 아니 십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사이에서 들은 말 한마디에 좌절하지 말자. 상대방이 스쳐 지나가면서 한 말이라면, 나도 그냥 스쳐 지나가자. ‘아! 그래요!’라고 쿨하게 말이다.


너에게 좋은 걸 알려줄게.
사람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잃어버린단다. 자기 자신을.

- <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by 마스다 미리


이전 12화 '솔직하게 말해서'란 말의 4가지 함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