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과 안부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냥 인사만 해도 될 것을, ‘요즘 살이 많이 찌셨네요?’ ‘아직도 결혼 안 하셨어요?’ 같은 불쾌한 질문들이 예고 없이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그냥 웃고 넘어가야 할지, 진지하게 답해줘야 하는 건지 참 난감해진다. 이런 질문들은 대체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보는 것일까? ‘미안해요. 제가 살이 쪄버렸네요’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까? 아니면, 같이 '당신도 마찬가지네요! You too!' 하고 되받아쳐야 할까?
왜 사람들은 이런 무례하고 상처가 될 수 있는 질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일까?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대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무엇일지 한번 생각해보았다.
나쁜 의도 없이, 정말로 그 사람의 안위가 염려돼서, 혹, 내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물어보는 것일 수 있다. ‘왜 이리 살이 많이 쪘어요?’라는 질문에 그 사람이 의도한 바는 ‘내가 기억하는 당신은 원래 이렇게 뚱뚱한 사람이 아녔는데요. 혹시 요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긴 의도를 다 말할 수 없어 짧게 물어본 것이 무례하게 전달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살찌는데 당신이 기여한 게 없는 것처럼, 내가 살 빼는데도 전혀 기여할 수 없으니 굳이 물어보지 않는 게 좋다.
‘아직도 결혼 안 했어요?’라는 질문은 당신을 비난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내가 당신의 결혼 유무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었어요. 난 당신의 이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답니다’라는 표현일 수 있다. '혹시, 내가 소개팅을 해줄 수도 있으니, 내게 당신의 상황을 알려주세요!'라고 전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혼이나 연애와 같은 매우 사적인 부분에 대해, 당신에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상대의 결혼 여부가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본인 짝은 본인이 알아서 찾도록 내버려 두자. 당신이 할 일은 언젠가 청첩장이 오면, 축의금만 내면 될 것이다.
‘얼굴에 뾰루지가 왜 이리 많이 났어요?’라는 질문은, '여드름은 보통 청소년기에 많이 나기 마련인데, 저 사람은 왜 이리 많이 생겼지?' 하고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일 수 있다. '혹시 무엇을 잘못 먹고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나도 주의해야겠다'라는 정보 탐색 차원에서 말이다.
이러한, 무례한 지적 호기심은 어쩌면 이기심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당신이 받을 상처는 내가 알바는 아니고, 일단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세요'라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단순히 본인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질문이라면, 그냥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해보는 게 서로의 정신 건강을 위해 좋을 것이다.
다이어트 강박이 있는 사람이 체형이 마른 상대를 만났을 때, ‘왜 이리 말랐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은, ‘어떻게 이런 몸매를 가질 수 있죠? 당신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참 좋겠어요?’라는 부러움의 표시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한다. 말라 보인다는 이야기가 상대방에는 ‘당신. 아파 보여요, 잘 못 챙겨 먹나 봐요’라고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칭찬이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때와 장소에 맞게 말이다.
이런 질문을 하면 상대방이 곤란하거나, 기분이 나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묻는 것일 수 있다. 상식적으로도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쁜 질문임에도 ‘뭐 이런 걸로 기분 나쁘게 생각해? 속이 좁네~’ 하거나 '농담도 못하겠네!' 하면서 오히려 상대방의 속 좁음을 탓할지도 모른다. 본인의 기준에는 충분히 적절한 안부인사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괜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여긴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농담은 서로 같이 웃을 수 있을 때가 농담이다.
혼자만 즐거운 농담은 상대방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선한 의도에서 물어본 안부 인사라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바에는 차라리 인사를 안 하는 게 더 낫다. 안부 인사 후 어색한 침묵이나 분위기를 띄워보려는 게, 잘못 말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만나면 어색한 게 당연하다. 괜히 무리수를 두지 말고 말을 아끼는 게 더 좋은 인상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말들에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대부분 특별한 의도 없이, 그저 생각의 흐름에 따라 툭 튀어나온 이야기다. 일 년, 아니 십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사이에서 들은 말 한마디에 좌절하지 말자. 상대방이 스쳐 지나가면서 한 말이라면, 나도 그냥 스쳐 지나가자. ‘아! 그래요!’라고 쿨하게 말이다.
너에게 좋은 걸 알려줄게.
사람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잃어버린단다. 자기 자신을.
- <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by 마스다 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