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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랜드 May 18. 2021

어른들을 위한 < 해리포터 > 이야기

(ft.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해리포터 >의 작가 J. K. 롤링은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리포터 신드롬을 일으키고, 각국의 팬들을 판타지 세계로 안내한 이 작품이 벌써 출간된 지 20여 년이 됐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줄거리도 이미 익숙한 데다, 아동도서로 쉽게 읽힐 것이라는 기대로 시리즈의 1권인 <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을 원서로 읽어보았다. 


어른이 돼서 만나는 < 해리포터 >는 단순한 판타지 동화 같은 이야기를 넘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었다. 마법의 세계를 정교하게 표현해내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도 돋보이지만,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는 여러 삶의 철학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두려움을 없애려면 그것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Call him Voldemort, Harry. Always use the proper name for things. Fear of a name increases fear of the thing itself."
"볼드모트라고 부르거라, 해리야. 항상 존재에 적합한 이름을 불러야 해. 이름 올리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는 거란다."


호그와트 마법의 세계에는 감히 불러서는 안 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절대 악을 상징하는 ‘볼드모트 (Voldemort)’이다. 실제로 볼드모트를 직접 마주한 사람은 거의 없다. 정확한 실체도 모르는 이 악의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젠 감히 누구도 그 이름을 올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도 살면서 두려운 것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번 팬데믹만 해도 그렇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이 전염병이 처음 나타났을 때, 중국 ‘우한 폐렴’처럼 특정 지역명으로 불리며 차별과 소외를 유발했다.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름도 모르는 전염병에, 사람들의 두려움과 혼란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었다. 그 후, 세계 보건기구가 정식 명칭을 Coronavirus disease-2019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의 약어인 COVID-19로 확정하게 되면서, 점점 이 두려움의 실체가 구체화되고 정의되어갔다. 아직도 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초기의 광풍에 비해 조금씩 질서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해리포터에서도 ‘덤블도어 (Dumbledore)’ 교장선생님이 ‘볼드모트’와 당당히 대적한 해리에게 말한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그 존재에 대한 이름을 부르라고 말이다. 당신이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구체적인 이름을 붙이고 당당히 불러보면 어떨까.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첫 시작으로 말이다. 


이름을 붙이면,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





꿈에 사로잡혀 살다 진짜 삶을 잊어서는 안 된다.


Men have wasted away before it, entranced by what they have seen, or been driven mad, not knowing if what it shows is real or even possible.
사람들은 이 (욕망의) 거울 앞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거울이 보여주는 것에 넋을 잃거나 미치거나 하면서 말이야. 거울이 보여주는 것이 진짜인지, 혹은 가능성이 있는 건지 알지 못하고 말이지.

“It does not do to dwell on dreams and forget to live, remember that.”
꿈에 사로 잡혀 살다 진짜 삶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리포터가 자신이 간절히 욕망하는 것을 보여주는 '소망의 거울 (Mirror of Erised)' 앞에 서게 됐다. 가족이 없는 해리포터에게는 엄마, 아빠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보이고, 항상 형제들의 그늘에 가려있는 '론(Ron)'에게는 최고의 모습으로 혼자 거울에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만약, 내가 소망의 거울에 섰다면 어떤 모습이 비쳤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SNS)는 현대판 소망의 거울이 아닐까 싶다. 이곳에는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 모여있고, 서로 공유된다. 우리는 뛰어난 미모,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그들을 팔로우한다. 그들의 삶이 마치 본인의 모습인양 상상하기도 하고, 그들처럼 되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 체, 다른 사람들의 '좋아요'가 많은 것이 내 소망이 되기도 한다. 욕망에 눈이 멀면,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리게 되고, 진짜 삶을 잊어버린다는 메시지가 크게 와 닿았다. 


만약, 내가 '소망의 거울'에 섰다면 어떤 모습이 비쳤을까?




벽을 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믿음의 한 걸음이다.


“All you have to do is walk straight at the barrier between platforms nine and ten. Don’t stop and don’t be scared you’ll crash into it, that’s very important. Best do it at a bit of a run if you’re nervous.”
그냥 9와 10 사이 벽으로 곧장 걸어가기만 하면 돼. 절대 멈추지 말고, 부딪힐까 봐 겁내지 마. 그게 가장 중요하단다. 좀 떨리면 그냥 뛰어.


해리포터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기도 하다. 마법사 세계로 가기 위해, 해리가 기차역의 9 3/4 승장장(플랫폼)의 벽으로 돌진하는 장면이다. 마법을 처음 접하는 해리에게 그곳은 마법세계로 가는 통로가 아니라, 그저 딱딱한 벽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괜히 시도했다 부딪혀 넘어질 것이 두렵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일까 머뭇거려졌을 것이다. 


해리포터가 만약, 승강장 벽 이면에 있는 마법의 세계를 믿지 않았다면, 해리포터 이야기는 시작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가 마법처럼 펼쳐지려면, 지금 눈 앞에 보이는 벽 너머에 더 큰 세계가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 신념이 당신이 벽을 향해 돌진할 수 있는 한 줌의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부딪힐까 봐 겁내지 말고, 멈추지 말고, 무서우면 뛰더라도 곧장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꿈꾸던 새로운 세상이 마법처럼 펼쳐질 것이라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런던의 관광 명소가 된  King’s Cross Station의 9 3/4 승강장. 벽으로 돌진해보자!




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든 존재할 수 있다


“No, Harry, he has not. He is still out there somewhere, perhaps looking for another body to share... not being truly alive, he cannot be killed.”
아니야, 해리 그는 없어지지 않아. 그는 여전히 어딘가에 있고, 아마도 들어갈 다른 누군가의 몸을 찾고 있을지도 몰라... 진정으로 살아 있지 않다면, 그는 죽을 수 없을 거야. 


절대 악으로 나오는 ‘볼드모트’는 형체가 없다. 악의 영혼으로 존재하며, 기생할 대상을 찾아다닌다. 때문에 그는 없기도 하지만,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몸을 빌려서 기생했던 ‘퀴럴 (Quirrell)’ 교수처럼 탐욕과 욕망으로 가득하고, 누군가의 힘에 기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으려는 자존감이 약한 사람을 통해서 말이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볼드모트’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될지도 모른다. 종교적 반열에 오른 성인이 아닌 이상, 악에서 자유로워지기는 힘들 것이다. 어둠이 내 안에 들어오려고 할 때, 바로 알아채고 주의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나를 다만 악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해리포터가 자란 만큼 나도 성장했기 때문일까? 어른이 돼서 읽은 < 해리포터 >는 또 다른 재미와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21세기 고전'이라 불리는게 아닐까 싶다. 당신이 해리포터 책이 나왔을때 청소년기를 보낸 해리포터 1세대라면, 어른이 된 지금 꼭 다시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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