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명한 여자 셰프들은 적을까?

[흑백요리사]를 보며 떠올린 현실

by 쨈맛캔디

요즘 <흑백요리사> 시즌2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순식간에 요리를 완성해내는

참가자들의 재치와 솜씨는 마치 마법을 보는 것 같고,

각자의 캐릭터와 서사, 연출까지 더해져

프로그램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지난 시즌1 역시 한국을 넘어 글로벌하게

큰 성공을 거뒀다.

우승자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참가자들까지

<냉장고를 부탁해>같은 요리 예능이나

각종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덕분에 ‘요리사’라는 직업 자체가 더 주목받고,

그 가치가 재조명되는 분위기라

개인적으로도 참 반갑다.


이번 시즌2 역시

이미 화제성 지수 상위를 차지하는 참가자들이

속속 등장하며,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다음 스타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하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유명한 셰프,

특히 미디어에서 조명받는 셰프들 중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을까?





일상생활에서 요리는 여전히 여성의 영역에 더 가깝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엄마가

요리를 담당해온 문화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직업의 영역,

특히 미쉐린 스타 셰프나 유명 호텔의 헤드 셰프,

방송에서 하이라이트 되는 인물들을 보면

열에 여덟, 아홉은 남성이다.


여성 셰프도 분명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수가 적고, 주목도 역시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요리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자가 여성이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주 시청자가 여성인 드라마에서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이 각광받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요리는 결국 ‘맛’과 ‘실력’이

지속성을 결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현실적인 이유도 분명 있다.
요리는 생각보다

훨씬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겉으로는 우아해 보일지 몰라도,

주방 안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수십 킬로그램의 식자재를 나르고,

하루 종일 서서 불 앞에서 일해야 하며,

무거운 웍과 칼을 다루는 데에는

상당한 체력과 힘이 필요하다.


특히 파인 다이닝이나

잘 나가는 레스토랑일수록

위계질서와 서열이 엄격하고,

군대에 비유될 만큼

강한 조직 문화를 가진 곳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 셰프가

오래 버티며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육아와 가정에 대한 부담도 빼놓을 수 없다.

셰프라는 직업은 초반에 노동 강도에 비해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어렵고,

오랜 시간과 집중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실력을 쌓기 위해

생활의 대부분을 주방에 쏟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정을 병행하기란

특히 여성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남성 셰프라고 해서

이 길이 쉬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구조적으로, 문화적으로

여성에게는 더 많은 장벽이 존재해왔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더욱 <흑백요리사>같은 프로그램의

의미가 크다고 느낀다.


요리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음식을 만드는 행위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지금의 분위기 속에서,

이번 기회를 계기로 더 많은

여성 셰프들이 조명받고,

하이라이트 되길 기대해본다.


그들의 실력과 서사가 더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여성 셰프라서 특별하다”는

말조차 필요 없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