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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랜드 Oct 25. 2020

선택에 갈림길에 서면, 나는 네가 춤을 추었으면 좋겠어

마치 지금이 내게 허락된 시간의 전부인 양 온 힘을 다해

TV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가 그녀의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What I Know for Sure >에서 멋진 노래 한 구절을 소개한다.

When you get the choice to sit it out or danc, I hope you dance
계속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냐, 춤을 출 것이냐, 선택에 갈림길에 서면, 나는 네가 춤을 추었으면 좋겠어
- ‘I Hope You Dance’ by Lee Ann Womack


처음에 이 문장을 접했을 때, 전율이 느껴졌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 신발을 벗어던지고 무대로 걸어 나와 춤출 기회가 매일 주어진다고. 지칠 때까지 즐거움을 누리고 크게 웃으며 기쁨으로 가득 찬 삶을 살 기회가 매일 온다고 말이다. 그때, 우리는 그저 담대하게 무대에 올라, 직관과 영혼이 이끄는 대로 춤을 추면 된다고 말이다. 따뜻한 응원과 감동이 느껴지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한 번은 큰 무대에서 그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발표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여졌다. 그냥 다음번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혹시 누군가 바보 같은 내 모습을 기억해서, 다음에 올 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간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게 아닐테니까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한번 해내고 싶다는 작은 욕망도 꿈틀거렸다. 속으로 혼자 열심히 찬반투표를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할 수 있는 만큼만 부딪혀보자’고 결정했다. 왠지 이번에 피하면, 다음에도 계속 안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발표 당일, 나름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잔뜩 긴장한 탓에 양쪽 겨드랑이에 흠뻑 젖은 땀은 어쩔 수 없었다. 혹여 밖으로 보일새라, 옆구리에 팔을 바짝 붙이고 어색한 포즈로 발표를 시작했다. 나름 아무렇지 않은 척 보이려고, 미스코리아 미소를 억지로 계속 짓다 보니 얼굴에 살짝 경련이 나기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무대에 올랐고, 주어진 시간 동안 한 장 한 장 슬라이드를 넘겨가며 발표를 마쳤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럴 때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갑자기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주인공이 멋지게 해내는 모습과 그 뒤로 관중들의 기립박수와 환호 장면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좋다 나쁘다 할 것도 없이, 시큰둥하고 무덤덤하게, 자연스럽게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그런 자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 순간이 기억에 남을 이벤트의 순간이 되었다. 자리에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가슴이 쿵쾅거렸다. 호흡을 가다듬고 조금 안정되고 나자, 안도감과 함께 묘한 쾌감과 희열이 찾아왔다. 뭐랄까!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었다. 어느 누구도 내 발표를 기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난 무대에 올랐고, 나만의 춤을 추는 것을 선택한 것만으로 충분하다.




어떤 춤도 괜찮다. 음악이 들려오면, 당신만의 춤을 추면 된다  < 이미지 출처: The 31 best dance scenes in movies, Washington Post >




멋지고 우아한 발레리나 같은 발표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마치 어설픈 ‘디스코’ 같은 나의 발표에 실망스러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런 평가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이 맞다. 그 순간 나에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 처음에 어설픈 것도 내 모습이고, 점점 성장해서 멋진 백조의 호수처럼 우아한 모습 또한 내 모습일 것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영광의 순간이 아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는 하루하루 충실히 나만의 춤을 추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 가만히 있으면 절반을 가는 게 아니라, 절반도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왜냐면, 지금 이 순간은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기회의 음악이 들린다면,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배에 힘주고, 담대히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다. 계속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냐, 춤을 출 것이냐. 저자는 말한다. “나는 네가 춤을 추었으면 좋겠다고.”


You have the choice this very moment—the only moment you have for certain. I hope you aren’t so wrapped up in nonessential stuff that you forget to really enjoy yourself—because this moment is about to be over. I hope you’ll look back and remember today as the day you decided to make every one count, to relish each hour as if there would never be another. And when you get the choice to sit it out or dance, I hope you dance.

바로 지금이 선택해야 할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만이 우리가 그 존재를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당신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비본질적인 것들에 파묻혀 정말로 즐겁게 사는 것을 잊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은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신이 훗날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당신이 매 순간을 소중히 보내기로 마음먹고 마치 지금이 내게 허락된 시간의 전부인 양 온 힘을 다해 즐기기로 결심한 날이 바로 오늘이라면 좋겠다. 그대로 자리에 머물 것인가, 무대에 나가서 춤출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을 때, 당신이 춤을 춘다면 정말 좋겠다.

-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What I Know for Sure), by Oprah Winf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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