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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랜드 Oct 23. 2020

과연 얼마를 쓰면 행복할까?

돈과 행복의 상관 관계에 대한 단상

한 언론사에서 조사한 행복지수에 따르면, 월 1,000만 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 집단은 저소득 집단(월 100만 원 미만)에 비해 행복지수가 20점 넘게 높았다고 한다. 이렇게만 보면, '역시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한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돈이 많아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돈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위 조사를 분석해보니, 소득이 낮아도 행복한 집단에는 20대 여성이 가장 많았는데, 받은 월급으로 저축도 하고, 소소히 여가를 즐기는 삶에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이에 비해, 소득은 높지만 행복 수준이 낮은 집단은 30대 남성이었다. 한 예로, 한 달에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벌지만, 주말도, 정해진 퇴근시간도 없이 일을 하고, 당연히 가족들과 보낼 시간도 없고, 별다른 취미생활도 없는 삶이다 (기사 출처: “돈 버는 기계 같아”… 행복 느낄 틈도 없는 고소득 30대男


렇게 보면, 또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 것도 같다. 그러면, 돈과 행복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과연 얼마를 쓰면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문득 <Happiness Project, 무조건 행복할 것 > 책이 떠올랐다. 저자는 행복을 찾기 위해, 관계, 건강, 활력 등 매달 테마를 정해놓고, 1년 동안 하나씩 실천하는 과정에서 겪에 되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제목 그대로, 행복에 대한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 중 '소비와 행복'에 대한 테마가 인상적이였다. 요약하면, '자신이 가치(value)를 두는 것에, 현명하게 소비하는 것이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한 예로, 저자는 주로 약국이나 병원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잉크가 뻑뻑해 잘 써지지도 않는 볼펜을 사용했었는데, 한번은 큰 맘먹고 무려(?) $2.99 (약 3천 원)나 하는 멋진 펜을 구매했다고 한다 (참고로, 저자의 직업은 변호사다;;) 그 후, 펜을 쓸 때마다 느껴지는 부드럽고 매끈한 감촉의 필기감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과 감사함을 느꼈다고 한다. 잠시 학창 시절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누구나 한 번쯤 학교 앞 문방구에서 나와 궁합이 맞는 펜을 찾았을 때 느껴지는 전율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앗싸!' 하는 그런 순간 말이다. 그 순간이 어쩌면 우리가 삶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감사와 행복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I wanted to spend money to stay in closer contact with my family and friends; to promote my energy and health; to create a more serene environment in my apartment; to work more efficiently; to eliminate sources of boredom, irritation, and martial conflict; to support causes that I thought important; and to have experiences that would enlarge me. So, category by category, I looked for ways to spend money to support my happiness goals - within reason, of course 

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일에 돈을 쓰고 싶었다. 또 활력과 건강을 증진시키고, 더 고요한 집안 환경을 조성해주며,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지루함, 짜증, 결혼의 갈등 요소 등을 모두 제거해주고, 중요한 일들을 지원하고, 나를 확장시키는 경험들에 돈을 소비하고 싶었다. 따라서 각각의 범주마다 이성적인 한계 내에서 행복의 목표를 지원하는 소비 방식을 찾아보기로 했다.

- <Happiness Project, 무조건 행복할 것 > by Gretchen Rubin


<  Happiness Project, 무조건 행복할 것 > (우) 원서 표지가 훨씬 이쁘다. (좌) 한국 번역본 표지는 정말 에러다;;




작년부터 몇 달에 걸쳐, 나도 책에서 언급된 '행복한 투자 (Happiness investment)'  몇 가지를 실천해봤다. 그 행복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오래돼서 푹 들어간 베개를 과감히 청산하고, 인체공학에 맞게 설계됐다고 자랑하는 템퍼 페딕(Tempur-Pedic) 베개로 교체했다. 정말 베개가 좋아서인지, 심리적 효과인지는 몰라도,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바로 스르륵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가볍고 개운했다. 무엇보다, 내 손으로 오래된 베개를 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며, 왠지 모를 당당함이 느껴진 것도 재밌었다. 


싸구려, 조잡한 부엌칼 대신, 무려 $200 (약 2십만 원)이 넘는 장인 정성이 깃든 고급 칼을 구매했다. 와우! 이건 완전 신세계다. 살짝 손목 스냅만 줘도, 딱딱한 바게트 빵이 두부처럼 썰리는 마법을 경험하게 되었다. '잘 고른 칼 하나, 열 셰프 안 부럽다'는 말이 딱 맞다. 요리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되고, 힘이 덜드니 요리하는 게 즐거웠다. 칼을 씻은 후 빛이 잘 드는 곳에 두 손으로 고이 모셔놓았다. 햇볕에 반사돼서, 더욱 빛나는 칼을 볼 때마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전문 사진사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전문가의 손길은 확실히 달랐다. 멋진 앵글의 샷과 포토샵으로 적절히 리터칭 돼서 나온 가족사진을 처음 받아 봤을 때,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집안 여기저기 액자에 걸어두고, 볼 때마다 그때의 행복함이 생생히 떠오른다. 매년은 조금 무리일듯하고, 적어도 2-3년에 한 번은 가족사진을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사진 속에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마법이 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행복함과 삶의 풍요로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내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소비 기준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2의 볼펜에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200 볼펜에서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결국 같은 돈을 써도,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은 스스로 어디에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 질문이 잘못됐다. '과연 얼마를 쓰면 행복할까?'가 아니라, '나는 어디에 돈을 쓸 때 행복한가'를 먼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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