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켈리랜드 Jan 25. 2021

대가 없이 받은 친절의 교훈, 당신도 그렇게 하세요

친절,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강력한 힘

운전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 아이들을 태우고 근처 마트에 다녀오는 길이였다. 일요일 점심이라 차들로 붐볐고, 도로에는 빨간 꼬깔콘 (traffic cone) 여러 개를 세워 임시 출구 안내표시가 되어 있었다. 문제는 내가 좁은 통로에서  커브를 꺾다가 실수로 꼬깔콘을 건드렸는데, 그때 바퀴에 무언가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그냥 무시하고 계속 차를 몰았는데, 결국  미터 가지 못해 차가 멈춰 서버렸다.


놀란 마음에, 최대한 인도 쪽으로 바짝 붙이려고 액셀을 밟았으나 꼼짝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서 살펴보니, 고무로  꼬깔콘 녀석이 기가 막히게 앞바퀴 안으로 말려들어간 것이다. 마치 김밥에 말린 단무지처럼 말이다. 고무가 바퀴에 껴서, 차가 움직이지 않은 상황이  웃기고도 슬펐다. ... 정말 일부러 이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상황이 나에게 닥친 것이다.


눈앞이 막막해졌다. 당장  해야 할지,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 혹시 차가 터지는  아닐지, 온갖 상상에 가슴이 뛰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지금도 운전할때 꼬깔콘만 보면 긴장하게 된다;;




바로 그때였다. 어느 50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멈춰 섰다. ‘괜찮아요?’ 하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살펴보시더니, 보험회사에 연락을 취하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교통순경처럼, 뒤에서 오는 차들에게 사고가 났으니 기다리지 말고 지나쳐 가라며  신호로 교통 정비를 해주셨다.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되는지 몰랐다.


그제야 호흡을 가다듬고, 보험회사에 연락해 내가 있는 위치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정비차가 가는데  2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했다. 최대한 빨리  달라고   통화를 마쳤다. 전화하는 동안에도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그러는 동안,  아저씨는 계속 교통정비를 하고 계셨다. 혹시라도 뒤차가 모르고 속도를 내다, 추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일명 ‘오라이포즈로 다른 차들에게  안내를 해주고 계셨다.


순간 눈물이  돌았다. 어쩜 이리 천사 같은 분이 계실까!? 그분 주위에 눈부시게 따뜻한 아우라가 비치는  같았다. 그렇게 그분은 정비차가  때까지 우리 곁을 지켜주셨다.  더운 땡볕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무려 2시간 동안 말이다.


마침내 정비차가 왔고, 타이어를 떼내고 끼였던 고무 꼬깔콘을 떼냈다. 강한 마찰에 의해, 고무 꼬깔콘에 타이어 무늬대로 타들어간 자국이 흉물스럽게 드러났다. 정비가 끝난 후, 난 그분께 너무 감사했노라고 진심으로 인사드리며, 어떻게 보상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 내 수중에 갖고 있는 현금이 $30 밖에 없어서, 일단 그것이라도 받아 달라고 한 후,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꼭 사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그분의 말씀이 놀라웠다.


저에게 사례할 필요 없어요.

만약,  와이프가 당신처럼 이렇게 어려움에 처했을 , 그때 어느 누군가가 저처럼 도와줄  있길 희망할 뿐입니다.

우린 누구에게나 도움을   있어요.
당신도 제가  것처럼, 아무 보상 없이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세요. 그게 제가 바라는 전부입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그러고는, 옆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지셨다. 정말 정신이 멍했다. 마침 사고 연락을 받자마자, 놀래서 허겁지겁 달려온 신랑이 도착했다. 긴장이 풀리면서,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 그분이 보여주신 대가 없는 선행에  대한 벅찬 감동의 눈물도 함께 흘러나왔다.




Carry out a random act of kindness, with no expectation of reward, safe in the knowledge that one day someone might do the same for you
다른 이들에게 친절을 베푸세요. 그리고 그에 대해서 보상을 바라지 마세요. 그러면 언젠가 어느 누군가가 당신에게 똑같은 친절을 베풀어 줄 것입니다.
- Princess Diana


 년이 지났지만, 그분이 주신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나의 지인들  아니라, 일상에서 스쳐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친절함을 담아내고 싶어 졌다.


이렇듯 친절이 갖는 힘은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조그만 친절함들이 쌓이고, 연결돼서, 결국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따뜻한 곳으로 바꿔  것을 믿는다. 그분처럼 나도 소망해본다. 나중에 우리 꼬마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 누군가가 기꺼이 도와줄  있기를, 그런 사회가 되길 희망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 '누가 알긴, 내가 알잖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