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진 한 장

잡다한 생각

by 김은집

산책도 할 겸, 다리 건너 옆 동네로 저녁을 먹으러 다리 위를 건너던 중이었다.

다리 아래 개천에 놓인 징검다리 위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때마침 눈에 들어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보다가, 바지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징검다리 위 아이들 노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이들이 징거다리를 건너가면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들은,

지금 이 시절에는 그 어디에서도 쉽께 눈에 띄어지지 않는 광경들이 되어 버렸다.

딱히 놀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었던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나, 또는 개천가

동네 아이들에게는, 징거다리 건너기 놀이는 작은 소읍이나 시골마을 하천가에서 자주 눈에 띄는 아이들 놀이 중에 하나였음이리라.


이미 사라지고 없다고 생각했었던 징검다리 건너기를, 우연히 산책길 다리 위에서 발견하게 되니,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발을 멈추고 내려다보게 되었던 것이다.


지나고 보니 지나온 시간들이 참으로 격동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LP판으로 음악을 듣던 시대에서 CD를 거쳐 음원 파일로 음악을 듣거나, 이제나 영상과 어우러진

동영상을 통해 음악을 보고 듣는 시대로 변해왔다.


시간의 변화는 물질의 변화를 만들었고, 물질의 변화는 사람들의 마음과 감성마저 많이 바뀌게 만들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생소했던 이진법의 디지털 시스템이 십진법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능가해 버린 세상에 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이진법이 두렵고 낯설지는 않지만 익숙해지지 못하고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느릿느릿한 과정들을 거쳐서 얻게 되었던 편안한 결과 들과는 달리, 빠른 속성과정들을 이용하여 얻는 결과들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은 어제처럼 해가지면 빨리도 잊히는 세상에서, 자주자주 지나간 어제들을 기억 속에서 찾아내고

불러내는 것이 굳이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진법처럼 되어 갈까 봐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연히 산책길에 눈에 띈, 징검다리 위 아이들 놀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이 때때로 속도를 늦추거나,

뒤도 돌아보고 흘러갔음을 하는 생각이 잠시 다리 위에서 머물다 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