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
동네 아이들에게는, 징거다리 건너기 놀이는 작은 소읍이나 시골마을 하천가에서 자주 눈에 띄는 아이들 놀이 중에 하나였음이리라.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발을 멈추고 내려다보게 되었던 것이다.
지나고 보니 지나온 시간들이 참으로 격동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LP판으로 음악을 듣던 시대에서 CD를 거쳐 음원 파일로 음악을 듣거나, 이제나 영상과 어우러진
동영상을 통해 음악을 보고 듣는 시대로 변해왔다.
시간의 변화는 물질의 변화를 만들었고, 물질의 변화는 사람들의 마음과 감성마저 많이 바뀌게 만들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생소했던 이진법의 디지털 시스템이 십진법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능가해 버린 세상에 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이진법이 두렵고 낯설지는 않지만 익숙해지지 못하고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느릿느릿한 과정들을 거쳐서 얻게 되었던 편안한 결과 들과는 달리, 빠른 속성과정들을 이용하여 얻는 결과들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불러내는 것이 굳이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진법처럼 되어 갈까 봐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연히 산책길에 눈에 띈, 징검다리 위 아이들 놀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이 때때로 속도를 늦추거나,
뒤도 돌아보고 흘러갔음을 하는 생각이 잠시 다리 위에서 머물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