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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오는 것.

잡다한 생각

by 김은집

어김없이

어제처럼 오늘 하루가 시작됐다.

희한하게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자명종 소리가 울리듯

일정한 시간이 되면 지난밤 수면 시간과는 상관없이

눈이 떠진다.


8월 아침,

눈을 뜨자마자 느끼는 더위는

9월 중순에 접어든 지금, 어느새 사라지고

선선해졌음을, 피부가 느낄 만큼. 가을이 성큼 다가선

것 같다.


이른 아침,

분주해기전 거리를 지나, 사무실 건물 지하 카페에,

출근부를 찍는 듯 얼굴을 내밀고 모처럼 달달한 라테

한잔을 주문했다. 평일 아침마다 커피 한잔을 만들어

주던 점원 아가씨가, 오늘이 자기가 이곳에 나오는 마지막

날이라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웃음으로 답을 하고, 덕담

한마디를 건네며, 평일 아침마다 제일 먼저 얼굴을 마주쳤던 그녀와의 몇 개월간의 인연이 막을 내렸다.


사람마다의 인연에는 어쩌면 일정한 시간의 길이가

있어, 그 길이에 도달하게 되면 그 인연은 끝나게 되는가

싶다. 자주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도

어느 순간 덤덤해지고 무더져 안 보게 되는 경우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돌아서는 인연들도 더러 있기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인연의 끊어짐은 마음의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어김없이,

어제처럼 찾아온 오늘이,

늘 어제인 듯한데 지나고 보면 다른 어제이다.

그래서 늘 새로운 것에 대한 꿈을 품게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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