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살다 보니 글이라는 걸 써보고 싶은 생각이 가끔씩 들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고, 더구나 일 년 중 서점에 들르는 일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들린다 하더라도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관한 책들만 둘러볼 뿐, 다른 장르의 책들에 대해서 거의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
이날까지 살아오는 동안 오로지 모든 생각의 귀결점은 돈을 버는 것이었다. 몸과 마음은 어떡하면 어제보다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울까? 하는 욕심으로 살아왔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는 사이 세월은 흘렀고, 초롱초롱하던 젊은 눈동자의 초점이 흐릿흐릿해질 만큼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훨씬 적어졌음을
피부로 느낄 만큼의 나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들 말하지만, 머지않아 다가올 인생의 종착점을 비로소 본능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 인식하게 됨을 피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글 한 줄 읽지 않고 글 한 줄 써 보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가끔씩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뭔가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것 같다.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대단한 인생은 아닐지라도, 딱 한번 이 세상에 생명으로 왔다가 가는 인생인데,
타인들에게 아닌 자신에게 어찌할 말이 없겠나 싶다.
호사로운 시간들일까?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말이다.
열심히는 살은 것 같은데, 뭐 별로 이렇다 하고 내놓을 만한 자랑거리도 없는 인생이다.
그냥 하루하루 허겁지겁 숨 돌릴 틈도 없이 살아왔다고 말하면 지나친 과장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날들을 평범한 애환으로 채우면 살아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평범히 늙어 가는
나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라는 묘약 때문일까....
그 많던 원망도 분노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그라들고 말았다. 이제는 더 이상 원망, 분노와 애증의
대상도 만들지 않는다. 그저 가끔씩 나도 모르게 지나온 시간들을 되새김질하게 되는 새로운 습관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