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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별 Jun 21. 2020

이제, 기대 않기로 했어

조개는 품던 진주를 양식업자에게 빼앗긴 기분이고



이제, 기대 않기로 했어.


어릴 적 아직 단련되지 못한 자아에게도

충분히 치이고 쓰러지고 단단해진 어른에게도

듣기 가장 독한 말은,

“이제, 너에게 기대 않기로 했어.”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기대’라는 짐을 멋대로 주고,

이제 그 마저도 자기 마음대로 가져가겠다고?


허락도 양해도 받지 않아 놓고

나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덜어버리겠다는

한 문장에,

조개는 품던 진주를 양식업자에게 빼앗긴 기분이고

엄마 뒤를 졸졸 따르던 오리는 길을 잃은 기분이고

나는 아직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번지점프를 하다 줄이 끊어진 기분이다.



나 아닌 타인에게 ‘기대’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부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생각과 같을 수 없다는 기대와

그들에게도 각자의 스토리와 히스토리가

있음을 기대하자


그리고 기대는 지극히 자신에게만 주기로 하자

실망도 기쁨도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될 수 있게


타인에게는 바라지도 기대지도 강요하지도

위하지도 말자

결국 그 모든 기대는 한 사람이 만든 개인적인 것임을 잊지 말자.


이제, 그 누구에게도 기대 않기로 하자.


하시하 4탄: 하루에 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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