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했던 나의 영화 취향
모아놓고 보면
너무나 뚜렷했던
나의 영화 취향
모두들 저마다 하나씩 있는 ‘인생영화’라고 하면,
남자들이 많이 꼽는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여자들이 많이 꼽는다는 “이터널 선샤인”이나
“어바웃 타임” 같은 것들...
하지만 성별로 구분하는 것도
진부하고 사실 영화를 만들 때 누군가를
저격해서 만들어진 것은 더더욱 아니기에
개인의 취향으로 선별되는 것이 많다고 보는데.
요즘 들어 주제도 다양해지고
촬영 기법이나 시나리오도 다채로워져서
영화나 콘텐츠 선택권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백한 나의 취향에 도전하는
새로운 영화는 찾지 못하였기에
오늘은 내 마음속에 화석같이 자리 잡은
[명취 : 명백한 취향]
영화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근래 이 세편 영화의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신비롭게도 이 세편 영화들에게는
내 안에 잠재된 관심, 흥미, 취향, 갈망, 궁금증 등이
진하고도 선명하게 포함되어 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서가 길었다.
첫 번째 영화,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Leap year”
국문으로는 : 프러포즈 데이
Leap year의 뜻은 영화 도입부에서
개연성 있게 설명해준다.
4년에 한 번씩만 찾아온다는 2월 29일, 바로 ‘윤달’.
위 네이버 줄거리에서도 확인 가능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윤달에 여자가 남자에게 청혼하여 거절을 전제에서 빼버리는 무서운 날이다.
비혼 주의자에게는 악몽 같은 날이지 않을까?
어쨎거나 포인트는 이게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고 좋아하는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아래 이 씬이다.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야외에서
결혼식을 하는 모습이나,
온전히 그들의 시간을 만끽하는 여유로움이나,
서로에게 사랑으로 전하는 말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갖춰진 식장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결혼식을 보러 온 건지 인사치레 하러 왔다가
밥 먹는 게 제일 중요한 순서인 듯 들렀다 가는
한국판 결혼식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던 시기에 접한 영화였기에. 이 장면들은 너무나 충격적이면서도
이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일랜드의 자연경관과 환경에 매료되고 말았다. 이 영화는 미국 보스턴에서 온 커리어적으로 잘 나가는 여자와 아일랜드 시골 청년의 우연한 만남과 우여곡절을 그리는 단순한 영화로 보일 수 있지만.
영화에서 더 깊이 있게 심어놓은 것은,
자본주의 미국인들의 껍데기만 빛나는 삶이며
작고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그들을 비판하는 점이다.
시골청년은 루이비통을 몰라서
여주인공이 가방에 이름까지 붙이는
조금은 난해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루이비통의 이름은 ‘루이’가 되며
영화 중간마다 저 둘의 깨알 개그를 보면서
피식거리기 일수다.
이 아름다운 장면에서도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Leap year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하이라이트
장면이며, 나의 오랜 프러포즈 판타지를 갖게 해 준 씬이다.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나는 친구들에게
절벽에서 결혼하고 싶다고 떠들고 다녔다.
(남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돈을 모으겠다고 아등바등 거리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하는 게 조금은 못된 것 같기도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이 지쳤는데 모른척하며 일과 투쟁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보면 좋을 듯하다.
영화를 보면, 남자가 여자에게 묻는다.
‘만약 집에 불이 나면 가장 먼저 무엇을 챙겨 나올 건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과연 당신은 무엇을 가장 먼저 챙겨 나올 것인가?
생각보다 첫 번째 영화 설명이 길어졌다.
2편에서 또 다른 명취 (명백한 영화 취향)를
가지고 오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