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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별 Nov 16. 2019

시차: 시간을 차별하다

시차가 주는 작은공간 (feat. 프라하 한달 살기) 

프라하 한달살기 2일차, August 2nd 2019



[계획없는 하루]

나름 시차적응에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오전 5시에 눈을 번쩍 떴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맑을 수가 없다. 새로운 공간에서 참 잘 자고 일어난 내 자신 스스로가 뿌듯했다. 주섬주섬 레깅스를 입고 머리도 질끈 묶고 프라하에 오기 전부터 다짐했던 아침 조깅을 나서기로 했다. 금요일 오전의 동네는 한산했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몸집이 작은 종류들부터 정말 큰 반려견까지 구경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특히 외국 강아지들은 잘 짖지 않는데, 그 이유가 캐나다 지낼 때부터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한국 강아지들이 다 짖는다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서양권 강아지들은 잘 짖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다소 무서워하던 나에게는 이런 차이점은 사실 충격이었다. 한국에서는 열중 아홉은 지나치면서 짖던 강아지들 때문에 나는 항상 찻길로 빠지면서도 강아지를 피해 줄행랑 쳤고, 어머니는 그런 나를 한심하게 또는 안타깝게 생각하셨다. 오히려 지금은 지나가던 강아지들을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강아지 공포증은 잠시 사라졌다.


한시간 정도 동네를 돌았을까 내 몸이 커피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아직 로컬 카페들은 문을 열지 않았다. 보통 스타벅스는 오전 7시정도 오픈하고 로컬 카페들은 보통 10시나 되어야 오픈하는 것 같았다. 회사 보다는 거주지들이 많은 동네여서 그런 것 같다. 

‘도브리뎬’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오늘의 커피를 주문한다. 집을 나설 때 물을 담아왔던 텀블러를 내밀어 커피를 담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치킨&스피니치(시금치) 샌드위치를 자연스럽게 함께 주문했다. 아침식사를 커피 핑계로 당연하게 할 참이었다. 

커피 내리는 시간이 10분 정도 걸린다 길래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지금 무엇보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여유로움’ 이므로.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 흔쾌히 기다리겠다고 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1분 1초가 아까워 전철 계단도 한상 두 계단씩 오르고, 택시에 내릴 때면 도착하기도 전에 카드를 내밀고, 전자레인지에 설정한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취소해버리고 음식을 꺼내던 바로 한국에서의 나 자신,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 힘차게 뛰었을까? 


매일 공평하게 똑같은 1,440분이 주어지지만 이 곳의 시간과 한국에서의 시간은 무엇이 그렇게 달랐을까? 비록 지금 회사를 다니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고,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가져야 했고 평일에는 지쳐서 하지 못한 일들을 하느라 사실 2년 동안 그 어느 하루도 마음 편히 쉬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의 편리한 시스템이 오히려 우리의 시간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정작 여유로울 수 있는 시간까지 쪼개어 또 다른 무언가를 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단순히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는 시간없이 1분1초가 아까운 사람들처럼 우리를 압축하거나 또 나눠 쓰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저장되고 압축된 시간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활용하였을까? 결국 떠나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이 한국인의 ‘여유’인 것일까? 


커피 한잔을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버스를 기다리는 행인들, 아이들 손을 잡으며 등교하는 아버지. 낯선 환경이지만 흔한 풍경이다. 

오늘, 계획은 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만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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