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목적이 아닌 목표만 가진 사람

by 새벽 별

02 선택 - 목적이 아닌 목표만 가진 사람




[01 실패]에서 언급한 것처럼 목표를 이룬 사람은 또 다른 목표 세우기에 급급하다. 목표의 상위 개념인 목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인데. 목적은 어떤 일을 하는 이유. 즉, 왜 그 일을 하는가에 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신념이다. 목표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루어 내야 하는 결과이며 목표는 목적보다는 단기적이다.


이민은 목표가 아닌 목적이다. 단순히 타지에서 내가 공부를 했다고 취업을 했다고 끝나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목적이 생기거나 변할 수 있다지만 나의 수많은 선택 끝에 정작 얻고자 하는 그 근본적인 것이 조금 변형이 되든 변질이 되어서든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시작이란 단어는 결승점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단어니까.


유난히도 유학과 어학연수를 많이 다녀온 그들은 밀레니얼 세대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경험한 활주로는 짜릿했고, 돌아와 영어를 무기로 취업에도 성공했다. 영어만으로 취업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에게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웠다. 토익을 주제로 한 영화가 나오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토익 없이는 이력서조차 내밀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밀레니얼 세대로 부모님의 짧고 굵은 지원을 받아 캐나다 어학연수로 첫 발을 내디딘 해외생활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일생일대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8월 한여름에 도착한 밴쿠버는 하늘과 대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외선이 높아 눈이 부셨고, 끝없이 달려 도착한 홈스테이 집은 최소 가족 구성원 6-7명은 살 것 같은 아홉 개의 방과 두 개의 부엌 그리고 뒷마당이 있는 주택이었다. 새롭고 신비한 공간에서 나는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 버리게 된다. 일 년 동안 꽤나 많은 것을 경험했고 성취했고 겪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나에게 남은 것은 추억, 넓어져버린 시야 그리고 선진문화의 경험자라는 몹쓸 허세에 불과했다.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영어를 배워오겠다며 떠난 일 년, 나는 정말 영어를 배워왔다. 그러나 그 배움의 목적이 없었던 것이다. 막연하게 영어를 배우면 대학교 영어수업 성적도 잘 받을 테고 취업도 잘될 테고 그럼 나도 만족 부모님도 만족 해피엔딩이라 생각했다. 안일했다. 이후, 목적을 세우고 목표를 하나씩 추가하며 지금은 목적에 도달하고 있지만 그때의 철없던 시절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생각보다 해외로 떠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현상이다. 이민은 목표가 아닌 궁극적인 목적을 필요로 한다. 학교에 진학해서 졸업하는 것, 졸업하고 취업하는 것 그리고 취업하고 이민에 성공하는 것 이것들은 목적이 아닌 단순히 나열한 목표들이다. 이 길을 목적이라 착각한다면 그 끝에는 단계를 통과한 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직장에서 근무하기 시작하고 나는 상담 온 예비 학생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하나같이 말했다. "이민이죠."

"이민을 하고 나면, 그다음은요?"

"이민이 제일 중요한데 다른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어요. 일단 이민부터 되고 그때 상황이 좋아지고 생각해 볼래요."


또 하나의 충격은,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300번 이상은 들은 이 질문이다.

"선생님, 취업 잘되는 학과는 뭐예요?" "취업률 높은 학과 3개만 추천해줄 수 있나요?"


내가 무릎팍 도사였으며 좋으련만, 나에게 그런 능력은 없다. 그들은 의자에 엉덩이가 닿기도 전에 이런 초능력을 나에게 요구하기 시작한다. 문제도 제시하지 않았는데 보기부터 보잔다.

공교롭게도 답은 내가 아닌 그들이 가지고 있다. 사실 나는 그들이 풀고자 하는 문제를 알 수가 없다.

목적이 없다면 선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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