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2)

같이 살면서 느끼는 가치들

by 새벽 별


09 같이의 가치 (2)

같이 살면서 느끼는 가치들






[이전 마지막 단락]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딘가 찝찝하고 후회되는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내 머릿속은 한 깃발을 보며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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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깃발이 무엇인지는 정의할 수 없지만, 나는 그것을 성장에 대한 갈망으로 보고 싶다. 가족을 떠나 처음으로 낯선 땅에서 안면이 없던 이들을 만나 생활했던 시간. 그리고 비로소 홀로 있을 때의 내 모습과 타인과 있을 때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는 이 생활의 두 번째 챕터를 만들고 싶었나 보다.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더 이상 두렵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고 있었다.



유학 박람회에 나가면 어린 친구들에게 가끔 이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분명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다. 그리고 더 반가운 사실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나는 첫 번째 캐나다 타임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그렇기 때문에 온 마음을 다해 또 다른 한 번의 기회를 잡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의 성취감과 배움과 추억들은 나를 지금까지도 더욱 나답게,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고.



총 137통의 메일을 보냈다. 두 번째 캐나다행이 확정되고 하루 중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자투리 시간에는 캐나다에서 지낼 집을 알아보느라 Craiglist, Kijiji와 같은 룸 셰어 포스팅을 하루에도 수십 번 확인했다. 답장이 오는 곳 보다 오지 않는 곳이 많았고, 어렵게 받은 연락에 내가 아직 한국이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아쉽지만 날짜가 맞지 않다는 핑계로 거절을 놓았다. 어떤 날은 전과 다르게 친절한 말투로 장문으로 회신이 왔는데 아직 본인이 집주인은 아니지만 이미 열쇠는 모두 받은 상태이고 입주가 확정돼서 들어갈 날만 남았는데 디파짓부터 내고 나에게 방을 찜하면 본인들이랑 같이 입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다소 황당한 사기 글로 나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방을 찾은 지 두 달이 다 되어갈 무렾, 몸도 마음도 지쳐 캐나다행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기 시작했을 때 한 통의 메일 회신을 받게 된다. 꽤나 진중하고 꼼꼼한 어투의 글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바로 전화로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메일에 나와있는 휴대폰 번호로 국제전화를 걸었고 신호음이 세 번, 네 번 울릴 때 즈음 한 청년이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청년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집주인은 그의 어머니였지만, 아들에게 집 관리를 맡겨 놓았고 그는 우리가 잘 지내는지 불편한 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용기 낸 전화 한 통으로 나는 내 삶의 가장 값진 공간을 얻어 낼 수 있었다. 4명의 또래가 한 집에 모여 1년 남짓 함께 생활하면서 나는 그들에게, 그들은 나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공붓벌레 친구가 문화를 즐기는 방법,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의 요리 강습, 은행에 다니는 친구가 K-Drama에 빠지는 모습 그리고 내가 교환학생으로 다시 캐나다에 돌아와 생활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전체적인 이야기가 된다. 각 자의 주제들이 모여 조화로운 한 집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캐나다의 문화는 모자이크라는 말이 있다. 하나하나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모여 하나의 멋진 그림을 만들어 낸다고. 우리 모두 다른 배경에서 자라고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함께 모여 만드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조화롭다는 것을 이 땅, 캐나다에서 가장 소중하게 평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