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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별 Dec 10. 2020

또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이면 퇴사를 한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월급날이기도 하였네요. 

요즘 컴퓨터 모니터로 하루 종일 공고를 보고 자소서를 쓰다 보니 눈이 너무 아파서 잠에 일찍 듭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어요. 

오전 6시 20분. 10분 뒤에 울릴 알람을 조용히 끄고 이제는 습관처럼 또 채용공고 사이트에 접속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업데이트된 건 별로 없습니다. 공고가 올라와도 제 이력과 일치하는 건 좀처럼 찾기 힘드네요. 


그러다 날짜를 보고 주거래 은행 어플을 켰습니다. 887,000원이 입금되어 있습니다. 

지난달 1일부터 10일까지 근무한 부분에 대한 금액이 있습니다. 그래도 돈이 들어왔다고 기분이 조금 나아지네요. 언제 또 이 계좌에 일정 단위 이상이 입금될까요? 하루빨리 맛보고 싶은 월급을 향한 간절함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저의 선택을 후회하는 마음은 아직은 들지 않네요. 그만큼 잘 맞지 않고 마음이 힘들었다는 얘기겠죠.


퇴사 전 주위에 고민을 말하면 현재 상황이 좋지 않기에 이직 자리를 알아보고 결정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라도 친구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을 거예요. 지금이라서도 그렇지만 그냥 보이지 않는 앞날의 까마득함과 내가 가진 능력이 생각보다 무겁고 단단한 문을 뚫고 가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문과 이과생을 떠나서 직업과 자격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뽑힌다는 것은 생각보다 서글프고 소심 해지는 사건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사건이 성공적인 결말을 가져오면 또 우리는 적응의 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 누군가는 즐기고 누군가는 고군분투하며 누군가는 또 서러워하기도 하죠. 


어디에서나 잘 적응하던 저에게 이번 사건(이직하고 한 달 만에 퇴사)은 참으로 마음에 상처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을 일부러 찾아다녔던 저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무엇으로부터 저는 작아진 걸까요? 

얼마 전, 전전 직장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온 지인분에게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그분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저에게 번아웃이 온 거라고 하네요. 쉬지 않고 일을 하다가 바로 이직을 하고 또 그 업무량과 신비로운 스타트업 세계에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번아웃이 온건 아닐까 라고 말합니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기운이 없고 우울하고 또 이전이랑 다르게 열정도 다 증발해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 


퇴사를 말리던 많은 사람들 외 딱 한 분이 그래도 괜찮아. 그리고 이미 넌 그러기로 결정한 것 같구나.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수습기만 3개월만 어떻게든 버텨볼까요?라고 되물었고. 그러자 그는, "그럼 나중에 버틴 기간만큼 딱 그 시간만큼 회복해야 할 거야.."라고 대답했습니다. 


퇴사 후, 딱 그 한 달이 바로 오늘이라 브런치에 저의 마음을 나누려고 모니터를 마주하였습니다. 저와 같이 새로운 직장에서 마음의 불편과 몸의 아픔을 느끼시는 분들 퇴사가 답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또 버티는 게 처방은 아니더라고요. 저랑 업종도 다르고 직무도 다르겠지만 세상 사람들 힘든 건 다 비슷하기 때문에 저는 이해합니다. 내가 이상하다고, 남들 다하는 적응하기 힘든 거냐고 탓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지금 많이 지쳐있어 그렇습니다. 저는 퇴사 후에 8개 정도의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고 두 군데에서 면접 요청이 왔지만 면접은 한 곳만 보았습니다. 

아직 발표는 나지 않았어요. 한 곳의 면접을 보지 않은 이유는, 면접 제의를 받고 다시 한번 유심히 그 포지션의 직무를 세세히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포인트에서도 저의 마음이 이끌리지 않더라고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면접은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제 마음은 성급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을 하시는데 공부시켜놓은 자식이 현재 자기 발로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서 실업급여도 못 받고 있기에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습니다. 그 마음이 저를 더 초조하게 만들어서 사실 주위를 볼 겨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 자신의 안부조차 물어보지 않고 있네요.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뭔가를 계속하고 있어요. 밖에서 친구 한번 만나기 힘든 시간이지만, 그래도 혼자서라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나를 아껴줘야 주위 사람들도 나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해진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내면의 성장을 위해 조금씩 활기를 찾아줄 수 있도록 스스로 토닥여주려 합니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다.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분이라면 알려주세요 우리 같이 토닥토닥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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