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출판만이 갖는 재미를 아시는가?
요즘 계속 독립 출판을 하고 있다. 내가 글을 구상하고, 쓰고, 편집하고, 표지도 만든다. 물론, 퀄리티는 기존 출판사에서 내는 것과는 차이가 나지만. 그래서 또 재미있고 유익한 구석이 있어서 독립 출판을 이어 나가고 있다.
출판을 할 때, 부크크라는 POD출판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부크크의 가장 큰 장점. 책을 출간할 때 돈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는 것. (물론 모든 공정을 직접 진행했을 경우)
부크크는 브런치스토리에 연동되어 있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곳 매거진에 30개의 글을 쓰면, 부크크에서 책을 낼 수 있는 파일을 만들어 준다. 물론 후작업을 많이 해야 하긴 하지만, 한 번에 글을 워드 프로세서에 옮겨준다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안 그럼 게시글을 일일이 갖다 붙여야 된다.
사실 부크크에서 책을 낸다고 생각할 때 마음에 저항감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연 내가 책을 만들어 내도 될까?’
‘누군가의 확인이나 검수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비전문가로 찍히는 건 아닐까?’
‘출판사를 거쳐야 인정받는 거 아닐까?’
이 말이 다 맞다.
그런데 2025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책을 내려면 무조건 출판사에서 출간을 해야 한다’는 공식이 맞는 것일까?
요즘엔 방송국에서 만드는 프로그램보다 유튜브 채널이 더 핫하다. 인터넷신문사 기자보다 블로거 한 명이 더 많은 수익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 책은 왜?
유투버 한 명이 콘티도 짜고, 출연도 하고, 편집도 하는 시대. 작가가 글도 쓰고, 편집도 하고, 판매도 하는 그런 시대 아니던가?
이것이 가능한 시스템이 모두 준비되어 있는데, 이런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않고 누군가의 간택만을 기다린다는 게 좀 아깝지 않나?
그래서, 출판사 리스트를 모으고 이메일을 보내며 투고하는 대신, 독립 출판을 선택했다.
독립 출판을 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내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간섭(?) 없이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건 꼭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는 건 아니다. 내 자신의 생각과 실력을 그대로 노출할 수 있기에 좋다는 거다.
쓰고 싶은 내용을 쓸 수 있는 만큼만 써 볼 때 작가로서의 자신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내 민낯을 내가 보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도 불편하긴 한데, 이 과정에서 맵집이 생긴다. 어느 상황에서도 들이댈 수 있는 배짱 같은 것이 생긴다.
나의 빈틈을 보는 건, 나에게 가장 큰 공부가 된다. 내가 이렇게 사유의 빈틈이 많구나. 내가 이렇게 싱겁게 글을 쓰는구나. 출간된 글을 보면서, 내가 가장 많이 배운다.
그냥 온라인 매체에 글을 쓴 것을 볼 때와, 책으로 나온 결과물을 볼 때가 다르다. 책은 아무래도 그 밀도가 더 강하다. 오랜 시간 작업을 해서 낸 결과물이라, 내 실력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직면을 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독립 출판을 하면 책이 나오는 전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이 경험이 글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작가지만 편집자 역할도 해 보면서, 출판의 특성과 생리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가끔은 ‘내가 출판사를 설립해서 운영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사업가나 관리자로 살고 싶지 않다. (하고 싶다 해도 그럴 수가 없다ㅠㅠ) 글 쓰는 게 힘들어서 샛길로 새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해 보았는데, 결국에는 쓰는 사람의 자리로 붙들려 돌아오게 된다.
결국은 라이터로 살아갈 테지만…. 책 만드는 전체 과정을 알고 있으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알 수 있게 된다. 편집자의 관점도 갖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독립 출판을 하면, 이것이 포트폴리오로 쌓인다. 아무리 잠재력이 많은 작가라고 하더라도, 이것을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만 꽁꽁 감추고 있다면 누가 알아볼 수 있을까? 밖으로 끄집어내서 보여주어야 그 엄청난 가능성을 다른 이들이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연결성과 일관성, 완결성이 있는 콘텐츠의 정수다. 책을 내려면, 흩어져 있는 개별 아이디어를 구성해서 엮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출간하는 것에는 이런 차이가 있다. 블로그나 브런치스토리에 꽤나 많은 글을 썼어도 책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당연하다. 그 둘은 영역이 다른 것이다.
내가 책을 쓸 수 있는 작가라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가? 책으로 보여줄 수 있다. 여러 말이 필요치 않다. 책 자체가 많은 말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독립 출판은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기획 출판도 좋지만, 독립 출판이라는 길도 있다. 재미있게 책 만드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면, 독립 출판도 좋은 길이 될 수 있다.
독립 출판을 하면,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조용히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아무래도 기획 출판을 하면 여러 제약 조건을 신경 쓰며 진행해야 할 것 같아서 스트레스가 앞선다. 책 쓰는 건 힘든 일, 벅찬 일, 스트레스 받는 일… 이 아니라는 걸, 느껴볼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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