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꽃마을에 입성하다
살 곳을 찾기 위해서 홍천에 서너 번은 더 왔다 갔다 했다. 적당한 곳을 찾는데 지쳐서 시골살이는 포기를 할까 싶었다. 그러다가 예전에 알던 분이 귀촌해 사시는 곳에 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 번 놀러 오라고 하시기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그곳은 경상북도 영주 하늘꽃마을이라는 곳이었다. 내가 경상도에 산다고? 참으로 낯설었다. 친정이 경기도 포천이고 양쪽 부모님 모두 강원도 출신이셨다. 경기도 남부도 낯설어하는 나인데, 경상도는 정말 멀게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내면에 가는 시간이나 영주에 가는 시간이나 비슷한데 말이다. 실제 물리적인 거리가 얼마인 지보다 마음에서 느끼는 거리감이 더 힘이 세다. 바로 옆에 있어도 마음이 없으면 내내 떨어져 있는 것 같고, 수 만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향하면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기도 하다. 도시와 시골. 그다지 먼 거리차가 아니다. 조금만 나가면 닿을 수 있는 곳인데, 참으로 옮겨 살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 거리감이 익숙한데, 그때는 나름 큰 용기를 낸 것이었다.
영주라고는 하지만 마을은 영주의 가장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조금만 가면 예천과 안동으로 넘어갈 수 있다. 좌측으로는 소백산맥이, 앞으로는 학가산이 펼쳐져 있다. 산골짜기에는 아름다운 내성천이 흘러내린다. 경치로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가 나지 않았다면, 최고의 은둔지인 홍천 내면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런 깊은 산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도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만큼 좁고 높고 가파랐다. 그 끝에 진짜 집이 있을까 싶었는데, 떡하니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산 위의 마을. 하늘꽃마을이란 곳이었다.
이 마을이 만들어진 지는 십여 년이 되었다. 맨 처음 이 마을은 ‘생태교육마을’로 기획이 되어 건설되었다고 한다. 원래부터 알던 사람이 모여서 공동체 마을을 이룬 줄 알았지만, 다들 모르는 상태에서 전국 여기저기에서 모여들었다고 한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생활하는 것을 꿈꾸었고, 기존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이 한데 모여 이곳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전원마을 같지도 시골마을 같지도 않은 고유한 분위기가 서려있다.
‘내가 이런 곳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맨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낯선 곳이라면 어디든 불안감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이런 특색이 있는 곳에 들어가자니 걱정이 더 되었다. 나는 생태에도 관심이 없고, 교육에는 관심이 있지만 아마도 이 마을에서 추구하는 교육관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나의 관심사는 세상의 일로부터 떨어져 쉬고 치유를 좀 하고 싶다는 것인데, 이런 곳으로 들어가면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이런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마을을 선택해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이 마을에서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였기에 학교 보내는 아이 가진 가정이 많고, 마을에서 산촌유학센터를 운영했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친구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을이 산 위에 모여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길가로 쉽게 나가지 못해 안전할 것 같았다. 집 밖에 돌아다녀도 마음 놓고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안전해 보이는 것은 남편의 최대 관심사였다. 당분간 주말부부로 지내야 하는데 자기가 없는 시골 외딴곳에 가족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마을은 여러 채의 집이 붙어 있고 주민끼리도 자주 왕래를 하는 편이라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냥 시골에 집을 얻어 잠깐 살아보는 것인데 이것저것 따져야 하는 것이 많았다. 어떤 영상을 보았는데, 거기에서는 도시에서 시골로 귀촌을 하는 것을 유학 가는 것에 비유했다. 분명히 같은 나라이지만, 도시와 시골은 다른 나라로 가는 것만큼 문화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가서는 안 되며 잘 준비하라는 충고였다. 정말 적절한 비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