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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들 May 13. 2022

할머니는 할머니

한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였는데,

지금은 더 늙은 할머니네요


내가 할머니가 할머니 되었을 나이가 되고 보니,

할머니도 꿈 많던 소녀이고, 처녀이고, 엄마였다는 것을

알게 되네요


내가 또 할머니 나이 되면,

지금의 할머니가 

그저 주름살 가득한 할머니가 아니고,

걱정도, 소원도, 추억도, 기대도 가득 찬

한 존재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될까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의 손녀였기 때문에

언제고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르며

어리광만 부리고 싶어요


내가 구순이 되어도

나는 할머니에게 어린 아가처럼

머리를 들이대며

쓰다듬어 달라고 할 거에요


그 때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래, 우리 아가. 예쁜 내 새끼’하고 부르며,

가지런한 손가락 사이로

가만히 머리결을 쓸어 내려 주세요


할머니 구순 잔치때 지어드린 시입니다.

내가 구순이 되면 할머니의 육체는 세상에 없겠지만, 내 안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는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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