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였는데,
지금은 더 늙은 할머니네요
내가 할머니가 할머니 되었을 나이가 되고 보니,
할머니도 꿈 많던 소녀이고, 처녀이고, 엄마였다는 것을
알게 되네요
내가 또 할머니 나이 되면,
지금의 할머니가
그저 주름살 가득한 할머니가 아니고,
걱정도, 소원도, 추억도, 기대도 가득 찬
한 존재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될까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의 손녀였기 때문에
언제고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르며
어리광만 부리고 싶어요
내가 구순이 되어도
나는 할머니에게 어린 아가처럼
머리를 들이대며
쓰다듬어 달라고 할 거에요
그 때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래, 우리 아가. 예쁜 내 새끼’하고 부르며,
가지런한 손가락 사이로
가만히 머리결을 쓸어 내려 주세요
할머니 구순 잔치때 지어드린 시입니다.
내가 구순이 되면 할머니의 육체는 세상에 없겠지만, 내 안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는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