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힘껏 쏘아 맞힌 표적은
이제 남루해졌고
무디어진 촉은 방향을 잃었고
그럼에도 손에서 살을 놓지 못하는 것은
애써 떼기 싫은 옛정 때문인가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는 찌든 인색함 때문인가
모든 것을 잃을지 모를 불안때문인가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그것마저 원래 내것이 아니었음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표적이 없다면,
나의 의식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삶은 무엇으로 의미를 얻는가
사라진 과녁 너머 먼 산 쳐다보니
쾌청하구나
나는 왜 자꾸 과녁을 정해서 내 자신을 묶으려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