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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들 May 02. 2022

책 읽는 아이 / 이기철

시집 ‘가장 따뜻한 책’ 중에서


토끼풀 같은 아이야, 장차 무엇이 되고 싶니

선생님이 되고 싶니 발명가가 되고 싶니

시인 혹은 장군이 되고 싶니

너의 고사리 주먹에 쥐어진 한 권의 책이 지금은 무겁겠지만

그 속에 네가 가야 할 길이 있고 하늘이 있다

무거우면 네 연한 무릎 위에 책을 세우고

첫봄 개나리꽃 같은 아이야

별을 읽어라 바다를 읽어라 우주를 읽어라

네 눈빛이 책 속에 있는 동안

들 가운데는 자운영꽃이 피고 파랑새가 더 멀리 날고

고래가 바다를 횡단한다

네 가슴이 책을 꿈꾸는 동안

세계는 발자국 소릴 죽이고 네 숨소리를 듣는다

파도가 가라앉고 폭풍이 잠자고

태백산봉에는 흰 구름이 핀다

자두꽃 같은 아이야, 네 상상 속엔 지금

사슴이 지나느냐 연어가 돌아오느냐

들판 끝에 송아지가 우느냐

언젠가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될

이 세상의 별인

책 읽는 아이야



——————————————

영어 모르고 숫자 계산 서툴러도,

우리 아이들이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단조롭고 뻔한 세상에서 벗어나, 우주 끝 멀리멀리 달아나 자신만의 세계를 꾸릴 줄 아는 능력이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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