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반전의 반전, 꿈은 계속 이어진다

삶이란 책은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했답니다~'로 끝나지 않더라고요

by 한들

마지막 글은 새로운 출발을 알리면서 끝이 났다. 그 후로 한 동안은 학원을 창업하고 운영하는데 에너지를 쏟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원고는 서랍 속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 책은 그리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다. 지극히 나만을 위해 써 내려간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글이니까 말이다. 힘든 육아를 하면서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쓴 셀프 상담의 결과물인 셈이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출간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 마지막 원고를 작성한 후 3년 뒤. 다시금 이 원고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어떤 가치가 새롭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 지난날을 정리해야 앞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원고를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


이 원고가 끝난 시점부터 3년 간의 삶은 아주 파란만장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학원을 창업했다가 코로나19라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고, 친구가 죽었고, 찐하게 우울증을 겪다가 산골 생활을 했고,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와, 이 한 줄로 모든 시간이 슉슉 지나갈 수 있다니. 영화 미장센처럼 지난 몇 년이 몇 분만에 처리된다. 그동안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묘연하다. 그간 있었던 일이 실제 일어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바탕 꿈을 꾼 듯하다.


인생은 참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현재의 조건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고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이지만, 또한 딱히 그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필 내가 학원을 창업했을 때 팬데믹이 일어난 건 의외였지만, 이전부터도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여러 곳에서 예견되었었다.


학원을 정리하고 산골마을에 가서 살았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것도 완전히 의외인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주말이면 차 타고 돌아다니면서 단독주택을 보러 다녔다. 예전에는 김포에 살았기 때문에 강화도에도 가 보았고, 육지 안 쪽의 통진읍 쪽으로도 돌면서 집을 보러 다녔다. 아무리 마음에 있어도 출퇴근 거리도 그렇고 재정적인 여유도 없어서 그 꿈을 실현할 순 없었다. 게다가 아무런 연고 없이 갑자기 시골로 이주하는 건 돈의 문제보다 훨씬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특히 나처럼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에겐 더 큰 문제다)


그런데 우연히도 일 년 동안 독서모임을 같이 했던 분께서 ('평생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비결'이라는 책에 등장하신 분) 과감하게 시골로 이주를 하셨다. 수도권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경북 영주로.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시골로 넘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원고를 살펴보다가 이런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이 삶을 살아내고 싶었다. 산속 초가집에 숨어 사는 고수의 이미지. 몸은 자유로우면서도 세상을 꿰뚫고 있어서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는 사람 말이다.

본 책 '주변의 4명의 사람' 중에서


'산속 초가집에 숨어 사는 고수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니... 결국 나는 어느 시점에 그렸던 나의 이미지를 향해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정말 생각지도 않은 것이 서로 얽히고설켜서 삶의 흐름을 이루어 낸다. 그러니 꿈은 참으로 희한한 방식으로 현실화된다. 강화도에 집 보러 다닐 때만 해도 이것이 현실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우선 출퇴근 거리. 이건 포기를 했다. 주말 부부로 지내기로 하면서 이 조건은 해소되었다. 적당한 집이 나오는 것과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았는데, 마침 동네에 전세로 나온 집이 있었다. 서울에서 아주 많이 떨어져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집을 얻을 수 있었다. 도시에선 전에 살던 집에서 조금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도 했고, 학원 정리하면서 다행히도 보증금과 권리금을 받을 수 있어서 마침 그만한 돈이 수중에 들어와 있었다.


이 책 전반에서 나는 생각 뒤집기를 시도했다. '엄마여서 무언가를 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엄마여서 하기 좋다'로 생각 뒤집기. '돈, 시간, 능력, 관계, 나'라는 다섯 단어를 중심으로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한정된 시야에 갇혀 있던 생각을 뒤집어 새로운 방향으로 해석해 보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용기도 얻었고, 꽤나 야심 찬 결심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학원이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또 새로운 길이 열려 생각을 너머 실제 현실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이젠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된 듯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대로 삶이 유지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당분간은 별 변화 없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또 무언가 벌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니까 말이다.


이번에 칠 사고는 우선 이 원고를 출간하는 것이다. 이 책은 독립출판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이 책만큼은 다른 출판사에 들어가 이리저리 수정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완성도가 많이 떨어질 텐데, 독립출판의 패기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부끄러워서 많이 팔리지 않길 바라면서도, 누군가 공감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마음이 살며시 올라온다.


지난 3년 간 꽤나 고생했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즐거운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으니, 아직까진 해피엔딩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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