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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fu Oct 14. 2020

주치의와의 이상한 관계

이중적 대인관계



나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두 가지의 인간이 된다.


밖에서는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행동과 말을 해가며,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밝은 사람이다.

그러다가 문뜩, 그의 눈동자에서 경멸, 의식, 회의, 비난, 부정적 감정 등이 비춰 보인다고 생각되면


‘난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 없어.’



라며 관계를 끝내버린다. 이것은 회피할 뿐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좁은 인간관계에서 ‘나’ 자신을 자책했다.


집에서는 가족이나, 남자 친구에게 자기표현이 확실하고 싫은 소리도 스스럼없이 한다.

그들과의 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을 알기에 노력해서 잘하려고 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다.


하지만 주치의와 나의 관계는 내 대인 관계관에 부합되지 않는 특이한 관계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에 대한 정보는 생김새, 목소리, 이름뿐이다.

하지만 그는 나에 대해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은 나와, 성격, 성향을 알고 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안부를 전하거나 하루의 끝, 같이 술 한잔하는 사이도 아니다.

긍정적인 나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을 더 많이 보인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고 치료 또한 잘하고 있고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와의 관계는 편하지 않고 계속 만난다는 게 내가 해오던 대인관계의 형채가 아녀서, 끊어내고 싶었다.


가기 전날부터 내일 가야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지, 버스를 타고 가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상담을 하고 나면 온몸이 축축하다. 그렇지만 일주일에 한 번 가기 싫어도 가고 말하기 싫은 날에도 그 의자에 앉아 있다.


왜 일까?


처음에는 약을 받기 위한 하나의 절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외면하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억지로 하고 난 뒤에 오는 평화로움을 배운다.

나는 그 평화로움을 그에게 작은 돌멩이 하나 놓고 간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이가 보기엔 단순한 상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한 주에 한 번 오르는 큰 산과 같다.

한 주나 그동안의 행동 패턴과 생각들을 소리 내 말하는 과정의 목소리, 생각, 그의 눈동자를

살펴야 하고 한 번만 겪으면 되는 일을 일부러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며 두 번 겪는 건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적인 관계가 차단되어있는 상태이기에 나의 이야기를 그나마 깊은 곳까지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와 그의 어정쩡한 사이가 나에게는 안정감을 준다.


‘주치의 선생님, 그래도 나이는 좀 알려주세요. 불공평해요. 저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아시는 데...’


‘두부 씨, 차차 알아가요 우리’


‘연인도 아닌데 뭘 차차 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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