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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fu Oct 19. 2020

하루 2~3번 , 셀프 위세척

섭식장애 에피소트


나는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식과 섭식장애를 겪었다.


계기는 단순했다.

일에 집중하며 살다 보니 나를 돌보지 못했다.

어느 날, 거울을 보고 ‘이건 아니다’란 생각에 운동했고 20킬로 감량했다.

사람들을 이쁘다며 칭찬했고 부러워했다. 나도 모르게 우월감에 젖어들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마음과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안이라는 희생이 따랐다.

손가락을 입속으로 가져갔고 그게 6년을 지속하게 했다.


난 이 기간을 ‘토마토’ 시절이라 부른다.

토하고 먹고 토하고...


나는 폭식과 거식의 루틴이 있었다.


1. 2시간 넘게, 토하며 음식을 계속 먹는다.

2. 3시간 넘게  20리터 이상의 물을 먹고 토한다.

3. 직장에 나가면 절대 음식을 먹지 않는다.


계속되는 폭식에 식비만  100만 원 넘게 사용했고 퇴근 후 먹느라 잠자는 시간도 줄였다.

먹기 위해 살는 괴물 같았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나길 바라며 머리를 때리는 날도 많았다.


월급 받기 일주일 전에는 돈이 없어, 마요네즈에 밥만 비벼서 먹었다.

라면값도 부담스러워, 소면을 사다가 멸치 다시다만 넣고 끓여 먹었다.

장을 볼 때에는 업소용 식자재를 파는 마트를 갔다.

자주 가니 ‘식당 하세요?’란 이야기도 들었다.


‘먹는다’보다 입에 ‘집어넣는다’가 더 정확하다.


토할 때에는 물 20리터 이상을 3시간 동안 먹어야 한다.

셀프 위세척을 했고 위액이 나올 때까지 토했다.

처음에는 생수를 먹었지만, 하루 3끼를 먹으면 2리터 30병이 필요했다.

금액이 부담스러워 나중에는 수돗물을 먹었다.


그 기간에 있었던 에피소트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뷔페에 갔다

 뷔페의 넘쳐나는 음식은 나의 폭식을 더 부추겼다.

 급한 마음에 음식도 잘 씹지 않고 삼켰다.

 허겁지겁 새우 초밥을 먹던 중 새우 꼬리가 식도를 찔렀는지.

‘컥컥’ 거리며 화장실에 갔다.

토하는 순간, 변기는 붉은 피로 가득했다.

피를 계속 토했지만 무서운 마음에 괜찮다며 응급실도 가지 않았다.


2. 미역국

그 당시 남자 친구에게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 달라고 하니

‘네가 먹고 토 안 하면 끓여주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럼 당연히 못 먹는 것으로 생각하고 쉽게 마음을 접었다.


3. 본가에 가면...

1년에 한두 번 본가에 가야 하는 날에는 음식을 먹고 샤워를 하겠다고 한다.

2리터짜리 물병을 화장실로 잔뜩 가져가 물병을 화장실로 잔뜩 가져가 한 시간 토를 했다.

부모님은 무슨 샤워를 그렇게 오래 하냐고 하셨지만 웃어넘겼다.

-물병은 세탁기 속에 숨겼다가 옷에 둘둘 말아 하나씩 버렸다.

-만약 물이 부족하면 샤워기에 나오는 물을 먹었다.


4. 여행 시

 국내, 해외여행을 가면, 여행 내내 음식을 먹지 못한다.

 저녁에 잔뜩 포장해서 숙소에서 술과 함께 먹었다.

 편의점에서 물 2리터 6개 묶음을 사 오는 건 필수 조건 중 하나였다.


나는 이 루틴을 유지하면서 ‘평생 살아도 이상하지 않다,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남자 친구는 정신과에 가자고 했지만

나는 ‘너까지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냐’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자기 방어적이었고 나의 질병을 인지, 인정하길 거부했다.

 나까지 인정하면 내가 정말 정신병자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아버지에게 정신과에 가고 싶다고 하니 아버지는

‘그곳은 정신병자들이나 가는 곳이야. 너는 괜찮은 데 왜 가? 그런 곳 가는 거 아니다.’


아버지의 이 말이 6년 동안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변기를 붙잡고 피를 토해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세뇌했다.


 이 생활을 마무리 하기 위해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토하지만 그래도 일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삶의 질이 올랐다.


 아버지에게 정신과에 1년째 다니고 있다고 하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 연기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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