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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fu Oct 22. 2020

우울증 환자가 우울할 때 쓰는 우울 일기

우울증


2020.10.22일


오늘은 아침부터 감정이 무겁다.

무거운 우울증은 나를 자꾸 가라앉게 만든다.


무엇을 해도 흥미가 없다.


몸은 침대에 축 늘어져 할 수 있는 건 핸드폰으로 동영상 보는 것뿐이다.

이러고 있는 내가 보기 싫어 방의 불을 끈다.


살이 찐 건지 무기력함에 살이 찐 건지 손가락을 까딱하기도 힘들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부정적인 감정이 넘쳐흐르고 약을 먹고 한숨 자고 싶은 마음뿐이다.

무기력함과 우울한 감정이 자고 일어나면 혹시 지나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꿈의 무의식 속에서 이 감정을 느끼고 깨어나면

평범한 사람들처럼 감정의 선이 돌아와 있었으면 좋겠다.


입에 약을 다 털어 넣고 싶지만 전화기 넘어 그의 웃음에 ‘필요시 약’ 한 알만을 먹는다.

내가 나의 감정에 빠져 나 자신을 해치지 않기 위한 5mg의 안전장치다.


양쪽 입꼬리에 추를 단 것처럼 무겁고 눈물은 멈추지 않아 베개를 적신다.

들숨 날숨의 깊이는 깊어지고 횟수 또한 많아진다.

명치끝과 가슴은 체한 듯 답답하다.


끝을 알 수 없는 이 감정이 끝나기를 나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나는 아직 이런 나를 잘 모른다.

우울함이 언제 사라질지 기분이 언제 좋아질지 모른다.

감정 장애인으로 사는 것 자체가 힘겹다.


침대를 짚고 일어날 힘이 생기기를 기다린다.

내가 다시 방의 불을 켜기를 기다린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 외출 준비를 위해 옷장을 열기를 기다린다.


나는 그렇게 나를 기다린다.


글을 쓰는 사이, 병원이 예약 확인 문자를 보냈다.

다시 한번 깊게 한숨을 내뱉는다.


이렇게 살면 뭐 하나 싶다.

하지만 본능이 강한 나는 끝내지도 못한다.


보던 동영상도 꺼버리고 눈을 감는다.

집 나간 감정이 돌아오기를 나는 그렇게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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