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fu Oct 24. 2020

인생이 개복치 게임

착한 사람 콤플렉스


수업 시간 ‘딱풀’을 종종 사용했다.


한 번만 빌려줘’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꼭 있었다.

이들은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매번 ‘한 번만 빌려줘’를 외쳤다.


이 한번 만과 빌려줘라는 말에는 일회성과 다시 돌려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딱풀을 한번 빌려주면 그걸 어떻게 다시 받지?’

내가 딱풀을 한번 빌리면 되는 걸까?’

한 번만 빌려달라고 했으면서 왜 매번 빌리지?’


 계속 빌려달라는 아이들의 말이 싫어도 나는 빌려주었다.

착한 아이는 거절을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빌려주기 싫고 딱풀이 아깝다는 그 마음이

‘내가 착하지 않아서 그런 감정이 드는구나 ‘생각했다.

착한 아이가 아닌 걸 숨기기 위해서 마음과 표정을 숨겼다.

웃으며 건넸다.


 나의 이러한 성격은 가정환경을 반영한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아픈 어머니 사이에서


나는 착한 아이로 자라야 해’

‘어리광 부려서 엄마를 더 힘들게 하면 나쁜 아이야’


결국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내보이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딱풀로 시작된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 나중에는 직장 상사가 정신과에 가보라는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정신과에 가기에 이르렀다.


그때서야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 착해야 할까?’

나는 왜 거절하지 못할까?’

나는 왜 싫어도 웃을까?’

이렇게 싫은 걸 하면서 내가 얻는 건 무엇일까?’


얻는 건 ‘착한 사람 콤플렉스’ 뿐이었다.


 ‘거절하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걸까?’

 ‘욕먹기 싫어서 내가 이런 행동까지 해야 할까?’


당신도 거절을 못 해서 ‘내가 이것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 나와 비슷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내가 이상한가 싶은 것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입을 틀어막으며 누가 내 일기장을 여기에 써놓은 거야’ 싶다.

 그럴 때면 묘하게 사람 다 똑같네 하며 웃게 된다.


 모든 이에게 착한 사람이 되려고 했다가 모든 이에게 착하고 나에게만 못된 내가 되었다.

 착하다는 이미지 하나 유지하고 싶어 나의 기분보다 남의 기분과 눈치를 살폈다.

 내가 착한 척하고 싶어서 한 행동인데 내가 한 만큼 그가 안 해주면 쉽게 상처 받는다.

 인생이 개복치 게임이다.


 30년 동안, 누굴 위해서 살았지, 나를 위해서 살아본 적이 없다.

 남에게 착하고 나에게 못된 사람이 잘 사는 걸까?

 나에게 착하고 남에게는 적당히 못된 사람이 잘 사는 걸까?

그 적당한 거절과 적당한 못됨이 어려워, 결국 만만한 나 자신을 내몰고 힘들게 한 건 나다.

착한 척은 그만두고 거절을 하는 법부터 찾아봐야겠다.


당신은 거절하지 못해 어떤 부탁까지 들어주었나요?






작가의 이전글 우울증 환자가 우울할 때 쓰는 우울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