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 Eunjeong Jun 06. 2021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예전에 나에게 일본어를 배우던 분이 가끔 자녀에 대한 고민을 말하셨다. 

자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계셨고 믿어주고 계셨는데 그래도 더 이해하고 지지해 주고 싶으신 마음이 느껴졌다. 


남들 눈에는 예민하고 약해 보이는 성향을 가진 그 아이는 생각이 많아 행동이 늘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분께서 자신의 아이를 한 번 만나 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하셨다. 


나는 흔쾌히 그러겠다 했고, 아이를 만나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맛있는 것을 먹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에 그 아이는 내게 말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노력하는 아이였고 책도 많이 보는 아이였다. 

그 아이처럼 어른들 눈에 공부를 잘하고 똑똑한 아이들 역시 그들 안에서는 저 질문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답을 찾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물었다.  

'뭐가 되고 싶어?' 

아이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응. 아직은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를 수도 있고, 지금 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뀔 수도 있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아주아주 나이가 많이 먹어서 선생님만큼 어른이 돼서 찾게 될 수도 있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배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해. 그것들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지금 쌓아놓으면 좋지 않을까? 나는 그게 공부인 것 같은데.... 

1등을 하고 백점을 맞는 것만 공부라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 아이는 나와 많이 닮았다. 

책을 좋아하고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학교 공부보다 읽고 싶은 책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한 아이였다. 나 역시 고등학교 3학년 쉬는 시간에 소설책을 읽다 맞아본 적이 있을 만큼(소설은 대학 가서 읽고 지금은 입시공부를 하라며 혼났다) 학교 공부보다는 책을 더 좋아했다. 다행히도 그 아이의 부모님도 나의 부모님도 그런 성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시는 분들이었다. 



나는 대학에서도 여전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수업한다. 


내 수업에는 자주 이미 일본어를 잘하면서 쉽게 A+를 받기 위해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 학생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첫 시간에 아주 강하게 말한다. 


'정말 다양한 분야를 마음껏 선택해서 배울 수 있는 곳은 대학밖에 없어요. 등록금이라는 비싼 돈을 내고 듣는데 성적 잘 받을 수 있는 과목 말고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을 공부하세요. 제 수업은 일본어 교양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입문자를 위한 내용을 가르칩니다. 일본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제 수업에서 나가주세요. 제발 본인의 시간과 비용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공부(工夫)는 일본어로 '생각하다, 노력하다, 아이디어, 연구' 등의 의미로 쓰인다. 우리가 말하는 '공부'라는 말을 하려면 '強'라고 하는데 이 한자의 한국어 뜻은 '억지로 하거나 시킴'이라는 뜻이다. 생각이 많아지는 단어다. 


사람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 그냥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며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각성시키고 성장하게 한다면 그게 공부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익숙한 일,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