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 Eunjeong Jun 12. 2021

실패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내 꿈의 시작일 수 있다.

인생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시작한 이후, 학생들에게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없을까 생각하다 한 학기에 2~3번 개별 강의를 짧게 해 준다. 물론 강제는 아니다. 


오늘 기말고사 전에 개별 강의를 신청한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수업 초반에 나눈 이야기가 떠올라 취업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 학생은 누군가 물어봐 주길 바랐던 것처럼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너무 생각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 꿈 하나만 보고 왔는데 이제 대학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코로나로 채용공고가 나오지 않는단다. 


열 몇 살쯤 더 먹었는데... 그래도 그 학생보다 조금은 더 오래 살았는데 해 줄 말이 없었다. 정답도 알 수가 없었다. 


타인의 걱정을 내가 측정할 수 있을까?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학생에게 살아보니 그건 별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살다 보면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위로가 되는 말이 있기나 할까? 



살면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나는 그냥 그냥 내 이야기를 했다. 24살에 일본에서 졸업을 하고 취업이 거의 확정이라고 생각했다. 지원자 중에 최소 조건을 충족한 사람이 나 밖에 없었으니 당연히 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계획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억울했다. 하지만 억울함 이전에 너무 큰 문제가 생겼다. 학생비자가 곧 끝나고 취업이 되지 않았으니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에게 일본 생활을 정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랴부랴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와 학기가 한국과 한 달 차이가 나서 편입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1년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보냈다. 


20대의 나는 플랜 B는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내 일에 확신과 자신이 없어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낸 후 깨달았다.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그래서 늘 플랜 B, C가 필요한 것이구나! 


실패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내 꿈의 시작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대학입시에 실패했다. 그래도 4년제는 갈 줄 알았는데 나는 전문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보통 전문대는 고등학교 때부터 실업계에서 그 전공을 공부한 친구들이 비슷한 내용을 이어서 공부할 수 있는 과들이 많았다. 인문계를 나온 나는 그 과가 무엇을 하는지도 몰라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내가 아는 전공이라고는 관광일어학과와 관광영어학과였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으니 그럼 일어로 가자라고 선택한 것이 나의 대학생활의 시작이었다. 지옥 같은 6개월이었다. 나에 대한 실망과 낯선 환경. 엄마와 싸우고 가출을 해서 고모집으로 갔다. 가출을 하면서도 학교에 갈 수 있는 준비는 다 해서 나왔다. 생각해보면 학교는 안 갈 수가 없었다. 학교가 너무 재미있었다. 일본어가 너무 좋았다.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실패했고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4년제에 갈 점수가 나왔다면 나는 일본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패의 결과물이었던 일본어가 지금 나를 먹여 살려주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인생의 어느 한순간도 감히 성공과 실패로 판정할 수 없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싶어 힘들었던 그 순간이 지나고 보면 나에게 이렇게 좋을 일이 있으려고 그런 일이 있었나 보네 싶은 일이 누구에게나 한 번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대학입시 실패가 그랬다. 


내 이야기와 함께 그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무엇이었을지 대화를 나눈 후 나는 말했다. 


'정말 너무 미안하지만 청춘은 원래 아파요. 어른들도 똑같이 아픈데 경험이 쌓이니까 이제 아는 거지. 이 아픔이 며칠 간지, 몇 달을 갈지.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래서 조금 덜 놀라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20대는 처음 겪는 일이 너무 많아서 아직 면역이 없잖아요. 그런데 그걸 내가 어른이랍시고 아픈 게 아니다, 다 지나가 한다고 아픈 것이 어떻게 안 아프겠어요. 내가 정답을 줄 수는 없어요. 내 인생이 아니니까. 하지만 어쩌면 지금의 좌절이 세상이 주는 또 다른 기회이고 시작일 수도 있어요. 더 많이 고민해 보고 그리고 또 말하고 싶어지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결국 나도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이 나에게 듣고 싶은 건 자신의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정답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나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들어주고 절대 불변의 법칙을 들려줄 뿐이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