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가 아니면 어떡하지

이유가 있기를 바랐다

by Jeon Eunjeong

정신건강의학과의 첫 진료에서 선생님과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다른 병원들을 갔을 때 짧게 증상을 말하고 처방전을 받아 나오는 과정을 상상했던 나는

적잖이 놀랐고 이래서 예약하기 어려웠구나 납득이 되었다.


선생님은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나는 논문을 써야 하고 그러려면 선행연구를 많이 읽어야 하는데 도무지 글이 읽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읽어도 남는 게 없고 집중이 잘 안 된다고.


선생님은 원인이 하나로 딱 정해지는 건 아니라고 했다.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고 ADHD 때문일 수도 있다며 ADHD 검사를 권했다.

그렇게 며칠 뒤 나는 ADHD 검사를 받았다.


검사는 생각보다 지루했고 동시에 쉬웠다.

너무 쉬워서 오히려 이상했다.

이 정도면 나는 ADHD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반대로 ADHD가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문득 유튜브에서 한 의사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ADHD를 의심하고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이 ADHD가 아니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오히려 ADHD이기를 바라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고.

진단을 받게 되면 내가 부족하고 서툰 것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병 때문'이라는 이유가 생겨서 안도하는 것 같다고.

어쩌면 나도 비슷한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ADHD가 아니면 어쩌지.

내가 지금 논문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내가 이렇게 예민한 이유가...

그저 내가 부족하고 내가 모자라서이면 어쩌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답이 없다.

그저 조금 불안정한 나를 달래며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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