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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 Eunjeong Feb 20. 2021

아직 꿈이 없다는 건 행운이에요.  

어느 날,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교수님, 창피하게도 저는 아직 꿈이 없어요' 


두 번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그 학생에게 말했다. 

'그게 왜 창피해요? 너무 좋은 거잖아요. 자유롭게 꿈꿀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이니까' 


그리고 나는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 주었다. 

'친구들의 꿈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많은 친구들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꿈보다는 세상이 멋있다고 말하는, 그럴싸해 보이는 꿈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요. 그게 정말 나의 꿈이라고 착각하면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생각도 해보지 않고 그 꿈을 향해 살겠죠. 그런데 지금 꿈이 없다는 건 자신이 정말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편견 없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거니까 감사할 일이죠' 



어릴 때부터 우리는 장래희망, 꿈이라는 이름의 질문과 함께 꿈꾸길 강요받는다. 

요즘에는 꿈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이어야 한다 등등의 말로 우리의 압박감을 많이 해소해 주고는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어야 한다고 강요받는다. 


그런데 꿈이 없는 게 창피하거나 이상한 걸까? 꿈이 없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는 사람일까? 


어릴 때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을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좋은 글, 나쁜 글을 다 읽어보야 하듯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세상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상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의 멋진 인생을 그리기 위해 영감을 얻고 좋은 재료를 모을 시간을 충분히 줘도 되지 않을까?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괜찮은 사람이고, 꿈이 없는 사람도 괜찮은 사람이고, 꿈을 찾아보고 있는 사람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꿈을 가지는 속도도 나이도, 꿈의 형태도 크기도 모두 다르니까 즐거운 인생이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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